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배경이 된 경남 창원의 수령 500년 묵은 팽나무가 한때 세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명세 탓에 붙여진 별명이'우영우 팽나무'다. 창원시 대산면 동부마을에 위치한 이 팽나무는 졸지에 전국적인 핫스타가 되면서 하루에 500~1천여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아 마을이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무명 가수나 배우처럼 지난 500년을 무명목(無名木)으로 살아온 팽나무가 일약 스타가 된 것이다. 온전히 드라마의 전파력 덕분이겠지만, 분명 그 이상의 매력도 있었다. 지난 2015년 7월 마을보호수로 지정되기까지 이 팽나무는 그냥저냥 주민안녕과 마을을 수호하는 이름 없는 한그루의 당산나무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호수로 지정되면서 비로소 새 푯말도 달고 사람의 보호를 받았다. 이런 팽나무의 스타는 보호수로의 지정 가치도 있었겠지만, 인간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웅장하고 우람한 자태와 노목이 우리 인간들에게 주는 무한가치와 무언의 가르침 또한 있었을 것이다.

현재 경남도내에는 수령이 수백 년 넘는 팽나무와 느티나무, 소나무 등 39종에 923그루의 보호수가 산림보호법과 경남도 조례에 따라 지정 관리되고 있다. 이중 양산시 보호수는 총 22그루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노거수까지 합치면 150그루가 넘는다. 보호수는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노목(老木)과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보다 역사ㆍ문화ㆍ과학ㆍ학술적 가치가 큰 것은 천연기념물로 정한다. 도내에는 19건이 지정돼 있다. 사람으로 치면 인간문화재와 같다고나 할까? 사람이든 노목이든 사망(고사)하면 맥이 끊기고 그간의 모든 가치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긴 세월 주민들의 정서와 함께해온 노목과 거목, 희귀목들은 더 그렇다. 그래서 오래토록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최근 2년 새 양산시의 지정보호수 3그루가 잇따라 고사(枯死)하자 이를 놓고 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억의 적은 예산으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하겠으나, 결론적으로 잘 관리하지 못하고 죽게 한 책임은 져야 한다. 2000년 3월 보호수로 지정된 내원사 노송은 2년 전부터 수세가 악화되면서'코마(혼수상태)'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시는 2개월간 엽면시비와 영양제로 수세회복에 나섰으나 결국 살려내지를 못했다. 시는 고사 원인을 고령에다 내원사 교각공사와 복토공사 등에 의한'환경변화'를 들고 있다. 주로 소나무는 재선충 감염 아니면 관리부실로 고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가 이 정도의 고사 원인을 알정도면 평소 관리가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지난 2021년 11월 수령 412년의 원동면 선리 느티나무의 죽음과 지난해 12월 수령 289년생 동면 개곡리 노송고사도 비슷했다. 마을 입구 도로 확·포장공사 당시 과다한 복토가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의 보호수 관리는 쥐꼬리만한 예산과 몇몇 직원들에 의해 형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먼저 직원들의 육안에 의한 전수조사로 문제 발생 때만 용역발주로 수세회복을 위한 영양제 주사 등 응급조치를 한다. 이 또한 3그룹으로 나눠 3년에 1번씩 관리를 받는다. 이러다 보니 관리시기를 놓치면 바로 고사로 이어진다. 비전문가의 육안으로 병색을 느낄 정도면 이미 그 나무는 반신불수로 회복불능 상태라 봐야한다. 이는 예산이 많고 적음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호수 관리의 최우선 항목은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일 것이다. 적어도 담당자라면 거실의 화초와 애완견 돌보듯 수시로 오가며 의무감으로 돌봐야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보호수를 현실적으로 그리하기는 싶지 않겠지만, 내 정원의 나무나 화초처럼 만져도 보고 안부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상태를 알게 된다.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업무담당자라면 그 정도의 책임감과 열정을 쏟아내야 한다. 보호수로 지정만 해놓고 1년 내내 보호수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병들었다는 주민신고를 받고서야 대응한다면 이미 한참 늦은 거다. 그러면서도 자기 책임은 뒤로하고 인력과 예산부족 탓만 한다. 이게 공직사회에 만연한 공직자들의 대체적 생리다. 명백한 무능이고 책임회피다. 법상 보호수로 지정했으면,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수백 년 된 보호수의 회생과 죽음에 대해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만큼 마음 아파했는지 양산시에 묻고 싶다. 천지에 흔해빠진 한그루의 나무쯤으로 생각했다면 죽은 그 나무들보다 못한 수준일 게다. 독야청청 불평불만 한번 없이 수백 성상을 연명해온 보호수의 죽음을 "그건 너의 운명이야"라고 결코 가벼이 말하지 마라. 거실의 화초와 도심의 가로수는 주인(시민)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꼭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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