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 종합 계획’의 일환으로 ‘국립북한인권센터’를 건립하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말 당초 통일부가 편성했던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예산 104억 원(미화 798만 달러)은 46억 원(미화 353만 달러)으로 줄었지만, 인권센터 총사업비 260억 원(미화 1,996만 달러)은 변경되지 않고 국회를 통과했다. 이 예산안은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강력한 동력원으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인권센터는 정부 최초의 북한 인권 전시·체험 공간으로 북한 인권의 실상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국립북한인권센터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인권센터 설립을 추진해 통일부 의뢰로 관련 연구용역도 실행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보류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센터 건립문제가 다시 탄력을 받았다. 계획한 대로 2027년 이 센터가 성공적으로 완공된다면 북한 인권침해 실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 인권센터 건립이 북한 인권침해 고발 및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이라는 역사성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하게 북한 정권을 자극해 대북관계를 껄끄럽게 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인권센터를 통해서 행해질 수 있는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 요구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등 북한을 향한 인권 메시지는, 북한 정부를 비난하거나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키고자 하는 부정적, 적대적 의도가 아니고, 북한의 현실을 확인하고 새로운 한반도 미래와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긍정적 취지임을 명확히 밝히고 설득해야 한다. 이 센터를 정치적 대북 압박이나 북한체제 붕괴를 위한 도구로 인식시켜선 안 된다는 의미다.

최근 아시안게임 이후 중국 정부가 자행한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을 상기해 보면 정부의 북한인권센터 건립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인권 선진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한 조치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인권센터 예산 확보와 그 하드웨어 설계도 중요하지만, 합목적성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내외 북한 인권침해 사례, 북한 이탈 주민의 증언, 억류자에 대한 가혹행위 실태, 납북자의 현황 등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수집·전시하는 노력이 주도면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태도가 엄청나게 개선된 사실을 절감한다. 2023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한 점도 그 궤를 같이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4년 연속으로 참여하지 않은 사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인권정부라고 자칭하던 문재인 정부는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해온 동족의 인권을 외면한 비인도적 태도라고 비난하던 국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동제안국에서 계속해서 빠진 것이다. 아무리 북한 눈치를 봤다고 하지만 매우 부끄럽고 실망스럽다. 인권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 체제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은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조건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에 대한 2023 국민 인식 조사에 의하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민 97%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북한 인권의 개선 가능성에 대해 국민 과반이 비관하고 있으며, 국민 64%가 북한 인권 상황을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의미심장한 결과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북한에게 직접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국제사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국립북한인권센터의 성공적 발족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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