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기사를 보면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나라빚이 6000조 원(2023년도 국가예산 639조 원), 가계부채 2218조3581억 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1위, 기업부채 2702조3842억 원으로 3위 등 부정적인 지표가 세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경제 지표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음을 체감하고, 소비 위축은 내수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2024년 3차례(0.25%p씩 3번)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2024년 금리 중간값을 4.6%(4.5~4.75%)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고금리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대체로 2024년 1분기에 조정을 거치고 2분기에 보합을 지나 3~4분기까지 가면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력이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50%(2023.12.14)이고 한국은 3.50%(2023.11.30)로 그 차이는 2%p나 난다. 오를 때도 차이가 났듯이 미국 금리가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한국 금리를 기계적으로 내릴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가계부채와 물가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161조8000억 원인데 가계부채는 2023년 3분기 2218조3581억 원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었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총재는 "가계부채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국가 성장잠재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고 하면서 "100% 수준에서 90%를 거쳐 80%까지 낮추겠다."고 주장한다. 가계부채를 낮추려면 신규대출은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하고 기존 대출도 상환을 압박해야 한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예고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나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12월 27일 금융위원회가 2024년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줄인다는 말이다. 2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및 제2금융권 주담대, 하반기에는 모든 대출에 적용할 계획이라 한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와 함께 DSR 완화를 외치고 있는데 요원한 상황이 되어간다.

이처럼 2024년에는 금융관련 부처가 가계부채와 전쟁을 선포했다.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연체율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체율은 주담대가 가장 낮다. 2023년 8월 기준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은 기업대출 0.4%, 가계대출 0.38%, 가계대출 중 주담대 0.24%이다. 반면 가계신용대출은 0.76%로 취약계층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주담대와 혼용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년도=100)로 2022년보다 3.6% 올랐다. 한국은행은 통상 물가 안정 목표치를 2%에 두고 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2024년 통화신용정책운영방향'을 발표했는데 "2024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고물가 형태는 소비가 과열된 탓이 아니라 에너지, 원자재 공급 불안정에 따른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아무튼 가계부채와 물가 문제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이 분명한 만큼 2024년 하반기까지 금리는 내리지 않고 대출받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2024년 부동산시장은 암담하다. 아파트 건설사업장에서 이용하고 있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PF 중 브릿지론 사업장이 약30조 원, 본PF로 전환한 사업장은 약200조 원으로 추산한다. 나이스신용평가사는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브릿지론 30조 원 중에서 30~50%가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은 만기 연장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연장을 해도 이자 부담은 여전하고 경기 침체와 장기간 고금리에 따른 분양시장 경색으로 분양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 파급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계부채와 물가 지표만 보다가 부동산시장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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