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북방의 범, 고구려를 불러들이다.

"지금 고구려의 흥안은 중원의 양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이용해 북쪽 변경을 안정시켜, 은밀히 남쪽 백제를 도모할 국력을 모으고 있사옵니다."

사실 흥안은 광개토태왕과 장수태왕과 같이 적극적인 북진정책을 재차 추진하고자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양나라와 손을 잡고 위나라를 압박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광개토태왕부터 장수태왕까지 정복전쟁으로 인해 피로해진 귀족들은 그런 흥안의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귀족들은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안정을 지키고자 했다. 새로운 전쟁은 그들의 안정을 위협할 것이 때문이다. 이에 5부의 귀족들은 양나라와 위나라 사이에 중립을 지킴으로서 북쪽 변경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흥안에게 적극 권고했다. 이미 문자명왕 말기부터 시작된 왕권의 약화로 인해 흥안은 5부의 대인이 제가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양나라와 위나라와의 사이의 중립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5부 세력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을 차지하고 있던 동부 귀족 중에서 연자유가 치열한 내부다툼을 통해 대인으로 등극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연자유의 집안은 광개토태왕시절부터 문자명왕까지 무장으로 크고 작은 정복전쟁에 참여해 혁혁한 공을 세운 집안이었고, 연자유 역시 젊은 시절을 문자명왕을 도와 전장을 누빈 백전노장이었다. 그런 만큼 왕실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남쪽 백제를 도모하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고구려조정의 주된 기류는 주전론보다는 화평론이 아니요?"

"물론 그러사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양나라와 위나라의 경우입니다. 남쪽 변경의 백제는 아니지요."

"연유가 궁금하구려."

"실상 지금 고구려의 국정은 5부의 욕살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가장 세력이 약한 것은 남부이옵니다. 지금 남부의 욕살 고운수(高雲收)은 자신의 세력 확대를 위해서 남쪽 변경 확장에 혈안이 되어 있사옵니다. 허나 백제 명농이 버티고 있는 한 한수를 넘어 백제 땅을 치는 것은 쉽지 않지요."

고대나 지금이나 전시에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게 도강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적이 강 건너편에서 강력한 상륙거부작전을 펼치면 병력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한수는 남하를 하려는 고구려에게 크나큰 장애물로, 고구려의 남하를 저지하려는 백제 입장에서는 든든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백제 어라하 명농은 한수를 포함한 지형지물을 철저히 연구해 전략적으로 요새화하여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구려는 장수태왕 이후 백제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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