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취임사가 세간의 화제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치를 해서 동료 시민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동훈 위원장의 구상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한위원장은 공공선을 지향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자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그 어느 곳에서도 출마하지 않음은 물론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선민후사. 오직 국민과 나라만 보고 헌신하겠다는 단심이 진정성 있게 와 닿는다. 그의 말이 험한 세파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이 부분에서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의 남다른 의지도 다른 각도에서 주목할 만하다. 뿌리 깊은 전통 야당의 맥을 이은 정당의 대표로서 비상식적인 행보를 고집하는 상황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야당 원로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을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선이 아니라 개인적 욕심에서 대표직을 고수하고 총선에 출마할 뜻을 접지 않는 모습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민을 ‘동료 시민’이라고 표현한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동료 시민이라는 말은 영어로 번역하면 ‘fellow citizens’ 인데 버락 오바마를 비롯하여 많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였던 표현이다. 이 표현은 국민을 국가를 구성하는 객관적 개체나 위정자의 통치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갈 동료요 동지로 인식한다는 고백이다. 정치가 수직적 상하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위임관계임을 바탕으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는 뜻으로 읽힌다.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공공선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선언과 일맥상통한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입장과 자세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중에서 선거는 첫째가 구도, 둘째가 바람, 셋째가 인물, 넷째가 정책이라고들 한다. 통상 구도와 바람은 같이 가고, 인물과 정책은 상호연관성이 있다. 보수 대 진보, 경제 대 정의, 성장 대 분배, 자유 대 평등 등 싸움의 프레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선거판을 좌우하는 제1의 변수, 즉 구도다. 선거를 프레임 전쟁이라고 일컫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의 선거 참패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민주당이 끝내 이재명 체제를 고수한다면 다음 총선은, 공공선 대 권력욕, ‘자유민주주의’ 대 ‘개딸 전체주의’ 의 구도로 갈 확률이 높다. 여당으로서는 불리한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 위원장으로서는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라 차세대 지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임기응변이 뛰어나고 스타성이 있는 말 잘하는 정치인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선거의 구도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서 동료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인물과 정책을 개발한다면 여당으로서는 불과 몇 주 전만해도 암울하였던 선거 분위기를 일거에 바꾸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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