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 서막이 올랐다. 용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다섯 번째 동물로 열두 띠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자연현상과 인간의 마음이 융합된 환상적 창조물이다. 중국 위나라 장읍이 편찬한 자전(字典) '광아(廣雅)'에 기록된 용의 모습은 모든 동물의 장점을 융합한 결합체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이고, 미르는 '물'에서 비롯됐으며 수신(水神)을 의미한다. 선조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기우제를 지냈다. 뱃사람들은 무사고를 기원하며 용왕제를 드렸다. 용을 수놓은 임금의 곤룡포는 왕권의 상징이다. 고궁이나 고택 기와지붕엔 용머리 장식 취두(鷲頭)를 용마루 양쪽 끝에 올려 잡신과 화마를 물리치게 했다. 용이 깃든 물건은 재복과 출세를 가져온다고 믿었기에 복식이나 가구, 도자기 등에 용을 그려 넣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문화 속 용에 얽힌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를 3월 3일까지 무료로 선보인다니, 짬을 내 둘러봐야겠다. 서양에서 용은 주로 퇴치해야 하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동아시아에선 상서(祥瑞)롭고 신령한 동물로 인식한다. 우리는 뜻한 바 소망을 이루었을 때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라고 비유한다. 한 해의 운세를 보는 '토정비결'에도 등장하는 용어다. 승천하는 용처럼 희망의 여의주를 가슴에 품고 그 꿈들이 하늘에 닿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헛된 꿈은 꾸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땀 흘려 번 돈만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돈은 근면성실하게 벌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고, 그렇게 번 돈이라야 지혜롭고 가치 있게 쓸 수 있다. 쉽게 번 돈은 물이 새듯 쉽게 나가고, 검은 돈거래는 죄 값을 치르게 마련이다. 가끔 교육방송의 '극한 직업'프로를 시청하다 보면 두 가지를 느낀다. 극도로 참기 힘든 작업환경 속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모습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갖는 직업정신을 본다. 그들은 땀의 소중함을 아는 만큼 돈의 소중함을 안다. 땀 흘려 번 돈 1억 원과 복권 당첨으로 1억 받은 것과는 돈의 가치가 다르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집사던 시대는 끝났다"든지, "월급 모아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건전한 투자는 바람직하지만 한탕주의는 뜬구름 잡기다. 허황된 꿈을 꾸는 자들은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쉽다. 사기꾼의 덫에 걸려 집을 날리고 건강까지 해친 지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여러 번 제동을 걸었지만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밀려났다.

사기꾼들은 상대방의 아픈 곳을 알고 살짝 긁어준다. 긴가민가하면서도 솔깃해진다. 사기꾼은 바쁜척하고 허세를 부리고 가상의 인맥을 자랑하는데 냉철하게 바라보면 허점이 보인다.

새해 벽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 실의에 빠지지 말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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