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북방의 범, 고구려를 불러들이다.

질정지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진왕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그게 뭐요? 어서 말해 보오."

"바로 고구려이옵니다."

질정지가 내놓은 답은 아진왕의 예상을 단숨에 깨버렸다.

"지금 고구려가 해답이라고 하셨소이까?"

아진왕의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아진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떻게 고구려가 답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저히 이치에 합당하지 않았다. 고구려는 백제의 적이기도 했지만 보라국의 적이기도 했다.

"좀 더 쉽게 말해보오. 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려."

아진왕이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

"폐하, 소신이 지난 번 백제에 머물고 있을 때 친분이 있는 백제 장군을 만난 적이 있사옵니다. 그때 그 장군이 말하기를 백제 어라하가 거느릴 5천의 군사를 모두 중방(中方)휘하의 정예병에서 차출할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폐하도 아시다시피 현재 백제의 중방에 소속된 백제군은 정예 중에서도 정예로 사실상 중앙군이나 진배없사옵니다. 특히나 그들 중에서 갑마군을 무려 3천이나 동원한다하니 이는 사실상 중방군 세력을 양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옵니다. 그런 와중에 고구려가 남침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사옵니까?"

질정지가 빙긋 웃어 보였다. 설명을 듣는 순간 아진왕은 자신의 머릿속이 비로소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구려가 다시 한 번 더 한수를 넘어 온다면 백제로서는 크나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겠지요. 그럼 남정에 나선 명농은 허둥지둥 회군 할 수밖에 없겠구려."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 아진왕이 다소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러하옵니다."

백제의 현실적인 최고의 적을 이용해 백제를 제어하겠다는 질정지의 계책은 나름 훌륭했다. 그러나 아진왕이 생각하기에 한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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