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滿甁)에서 이 세상 만물이 태어난다고 믿는 만병화생사상은 우주생성론을 반영하여 성립 된 그 역사가 아주 길고도 깊다.

기원전 2세기 인도에서 만병화생 사상이 여러 예술작품으로 표현되어 내려와 동양 만병의 본질이 인도에 있다 할 만큼 다양하고 그 수도 많다.

인도의 만병은 중국과 한국에 면면이 이어져 내려와 수많은 그림으로도 축적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만병그림은 매우 난해한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만병도는 만병과 만병에서 자라난 우주목(꽃나무)과 영기(靈氣)가 자라고 영기화(靈氣花)가 피고 보주(寶珠)가 매달리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특히 보주는 생명력의 확산을 의미한다. 활짝 핀 영기화도 무량보주를 발산하는 형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 씨앗(보주)대신 작은 꽃송이가 그려지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작은꽃 또한 무량보주를 의미한다.

문명의 발상기때 조형화된 우주목을 중심으로 양쪽에 영조나 영수가 배치된 도상들이 동서양에 많은데

문명의 발상을 만병으로 본다면 만병과 우주목, 영조 영수는 서로 통하고 있으며 화조도의 기원이 만병도라는것을 알수있다.

민화에서 용, 기린 등 영수의 입에서 꽃나무와 영지버섯처럼 보이는 영기가 자라는 그림을 자주 볼 수있는데 이것 또한 만병화생과 일맥상통하는 영기화생 사상이 깃든 그림이라 볼 수 있다.

영기문은 추상적 영기문과 구상적 영기문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민화에서만 가능한 자유로운 추상적 만병도 조형이 다양하게 발전했다.

첫번째 그림은 우주목 가운데에 새가 영기화생하고 있고, 통상적 구도인 만병 좌우로 영수가 자리하고있다. 우주목끝에 보이는 작은 꽃봉오리는 보주寶珠를 뜻한다. 만병의 가운데 동그란 구멍사이로 보이는 것은 모란꽃이 아니라 물의 기원인 구름을 의미한다. 즉 응축된 생명에너지, 만물생성의 근거가 아직 나누어지지않은 기운 덩어리, 빙빙도는 모양 혹은 순환 그리고 물결치는 모양등 영기문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두번째 그림의 만병 중간에 동그란 구멍 사이로 연기같은 꼬리끝이 함축적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만물생성의 에너지를 의미하는것으로 보인다.

만병 양옆으로 보이는 모란은 모란이 아니라 영기꽃으로 보아야 옳을것이다.

영기꽃과 우주목 사이에서 봉황이 영기화생하는 모습이다.

세번째 만병도에 보이는 만병속 용솟음치는 파도같은 물결 역시 응축된 에너지, 만물생성의 근원임을 암시한다. 영기화생하는 새들속에 개구리가 보이는데 개구리는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낳으므로 보주를 의미하는듯 하다.

이렇듯 만병화생 사상은 한국의 민화를 만나 독특한 추상세계를 보여주게 되는데 화조도의 기원이 여기에 있으며 기원을 알고보는 화조도는 단순한 화조도가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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