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대 양산진로교육지원센터장
박종대 양산진로교육지원센터장

철학의 현주소는 삶의 현장입니다. 모든 것이 분명하고 정해져 있다면 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겠지요. 그냥 매뉴얼대로 살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지구라는 별에 이유 없이 불시착한 어린 왕자들입니다. 어떤 왕자는 스스로 묻고 답하지만, 어떤 왕자는 남에게 묻고 답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계속 묻고 답하다 보면 나는 없고 논리만 남게 됩니다. 나는 객체가 되고, 논리가 주체가 되어 버립니다. 내가 논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가 나를 지배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는 없고 말(언어)만 무성합니다.

나쁜 지식인은 좋은 말(언어)을 하면서 나쁜 삶을 살아갑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느냐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성인들의 모델하우스만 짓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자기처럼 포장하기 위해 가구를 옮기고, 해마다 페인트 칠을 합니다. 똑같은 말(언어)이 다른 학자들 입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스스로「콜럼버스」행세를 하며 신선한 아이들과 눈 밝은 자들을 따돌립니다.

어떤 사람은 철학을 그려달라고 하면 도깨비를 그립니다. 어차피 철학은 실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도깨비를 그리는 것입니다. 헤겔 도깨비, 칸트 도깨비, 장자 도깨비를 그립니다. 도깨비를 그리는 이유는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갈 수가 있고 또 무엇인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신상이나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철학적으로 풀지 않고 미신으로, 정치나 돈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자신의 품위를 철학에 기대지 않고 권력이나 돈에 기댑니다. 그의 언행 역시 소신이 아니라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편집합니다.

지금의 철학은 개성 있는 단독 주택이 아니라 구조가 비슷비슷한 공동 주택입니다. 그러기에 말(언어)이 무성하고 책이 무성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10만 권의 책이 괴담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면 돈과 권력, 물질이 정신을 채우고,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이 형이상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급기야는 말(언어) 대신 기호가 의사소통을 대행하게 되고, 사람과 로봇이 별 차이 없는 공학 만능 시대가 오게 될 것입니다. 정치공학, 교육공학, 앞으로는 인문공학이라는 말(언어)이 등장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사람이 점점 기계화된다면 22세기에는 사이보그 시대가 오는 것이지요.

사자는 공격적이지만 고슴도치는 방어적입니다. 고슴도치의 주무기는 바늘이고, 사자가 공격하면 일단 공처럼 몸을 말아 넣습니다. 고슴도치에게는 수비가 최선의 공격입니다.

사람도 고슴도치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고슴도치형은 조그만 실수에도 민감하고, 작은 상처에도 크게 괴로워합니다. 게다가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사람 앞에 선뜻 나서기를 꺼립니다. 교우관계의 폭이 지극히 좁고, 꼭 필요한 경우 외는 외출을 삼가합니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지나치게 신중하고 앞뒤를 잽니다.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따라서 직장 생활이 어렵고, 상사로부터 소극적이며 무능력하다고 낙인이 찍힙니다.

고슴도치형은 가정을 꾸리며 살기보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합니다. 기회가 와도 너무 신중한 탓에 연인을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침 키에르케고르 증후군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잠을 많이 자는 철학자로 알려진 키에르케고르는 자기중심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약혼녀인 레기네 올센과 헤어지고, 교회와의 불화를 겪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42세에 생을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성격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고유의 결이 있습니다. 귄위주의적이고 완벽한 성격을 가진 아버지는 결을 무시하고 대패질을 합니다. 자식의 사소한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칭찬에 약하고 꾸중을 많이 하며, 남자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교조주의적인 이념으로 자녀를 다그칩니다. 그의 양육 방식도 감정이 없는 사이보그를 만드는 데 매달립니다.

모든 성격적 결함 뒤엔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합니다. 만약에 에디슨의 어머니나 율곡의 어머니를 만나면 도리어 자신의 천성을 잘 살릴 수도 있습니다. 야스퍼스는 어려서부터 병약했지만 부인의 헌신 덕분에 대철학자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고슴도치형도 혼자서 하는 예술이나, 전문적인 일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감을 키우고 주변의 격려가 뒷받침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철학이 나의 가족은 물론 이웃의 행복을 낳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밝게 보는 태도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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