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북방의 범, 고구려를 불러들이다.

보라국 파산성(巴山城)

백제의 어라하 명농으로부터 파격적인 군사지원을 약속받고 보라국의 성도인 파산(巴山)으로 돌아온 아진왕은 벌써 이틀 째 조당(朝堂)에서 질정지를 비롯한 주요 대신들과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주요 논점은 백제 어라하 명농의 직접 참전에 대한 배경이었다.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지원이라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었는데, 일부 친백제계 대신들을 제외한 아도간 질정지를 비롯한 대다수 대신들은 백제군의 가라국 진주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단히 경계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딱히 백제의 가라국 진주를 막을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아진왕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또 다시 조당에서의 격렬한 회의가 끝이 났다. 대신들과 장군들이 모두 물러간 후에 아진왕은 아도간 질정지만 따로 내전으로 조용히 불러들였다. 조당에서 대신들이 설전을 하는 동안 이상하리만치 질정지만은 거의 침묵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평소의 질정지라면 사려 깊은 언사와 냉철한 판단으로 회의를 주도했을 터였다. 아진왕은 아도간에게 백제군의 가라국 진주를 막을 비책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 놓기가 껄끄럽기 때문이라 판단하고 내전으로 조용히 그를 부른 것이다.

"폐하 찾으셨나이까?"

공손히 예를 표한 후 질정지가 말했다.

"경을 따로 부른 것은 경의 흉중에 품고 있는 고견을 듣고자 함이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만큼은 하나의 숨김도 없이 솔직히 말해 주기 바라오."

아진왕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끝 모를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오랜 세월 왕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질정지는 그것이 솔직히 말하라는 협박 아닌 협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안전이라고 소신이 거짓을 아뢰오리까."

"좋소이다. 백제의 가라국 진주를 막을 비책이 경에게 있소이까?"

아진왕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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