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장군 지수가 궁수들에게 외쳤다. 시위에 화살을 먹인 궁수들은 횃불과 갈대가 타오르며 내뿜는 불빛에 비치는 희미한 물보라의 흔적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곧 강 중심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고 있던 이들 중 몇몇이 화살에 맞고 그대로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더 화살이 날았고, 이내 강물 위에 일던 물보라 몇 개가 그대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더 이상 어둠 때문에 강물 위의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노질부의 사병들도 제압되어 혼란은 순식간에 멈추었다.

"몇몇이 강물로 뛰어들었사옵니다."

분한 기운이 역력한 얼굴표정을 한 장군 지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그의 손에 들린 둥근고리자루칼에 새빨간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할 수 없습니다. 일단 저 놈들부터 포박하고 부상자들을 살피도록 하세요."

"네."

무력의 지시를 들은 장군 지수가 부하들을 향해 말을 몰고 다가갔다. 무력은 거친 숨을 골랐다. 얼굴에서 뭔가 흘러내렸다. 곧 소매를 이용해 얼굴을 닦아냈다. 보니 피였다. 그러보니 자신의 옷은 물론이고 자신이 타고 있던 오추마의 새하얀 털 역시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무력은 가만히 말의 목덜미를 두드려 준 뒤에 말에서 내렸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때 잔뜩 겁에 질린 채 가라군의 호위를 받고 있던 장세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장세에게 다가가 물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칼을 들고 온 몸에 피를 칠갑한 채 서 있는 무력을 본 장세가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걱정말거라. 넌 이미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도성으로 돌아가는 즉시 너에게 노질부가 건넨 금은 물론이고 따로 금을 내릴 것이니라."

"감사합니다요. 소인은 그저 왕자님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옵니다요."

장세가 연신 굽신거리며 말했다. 그때 장군 지수가 대충 상황을 수습하고 돌아왔다.

"놈의 머리를 챙기도록 하시오. 일단 마현성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네, 왕자님."

무력과 장군 지수는 나란히 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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