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지난 29일 국회는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쌍특검법은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이 이뤄졌다. 특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 소관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이 법안 상정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자, 소위 ‘패스트 트랙’을 이용해 법사위 표결 절차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올린 결과다.

패스트 트랙은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입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한 법적 절차이다. 다만, 다수당의 일방적 진행을 막기 위해 엄격한 지정 요건을 규정하고 일정기간 이상의 심사기간을 두었다.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려면, 국회 재적의원의 2분의 1 이상이나 소관 상임위원회의 2분의 1이상의 찬성으로 지정을 요청하고, 재적의원의 5분의 3이나 상임위원회의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지정된다. 그리고 상임위는 180일, 법사위는 90일의 최소한의 토론 기간을 규정했다. 이견을 좁힐 수 있는 합의 기회를 보장해주고 충분히 토론을 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거대 야당은 정쟁 법안의 심의 기회를 회피해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수단으로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여 본회의 부의후 60일 지나자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이 관례를 무시하고 여당과 협의 없이 쌍특검법을 급히 통과시킨 것은 은 시급한 민생 관련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라와 국민은 내팽개치고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한 보도 자료를 계속 배포하여 선거에 이용하자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특검법안을 보자. 10년이 지난 영부인 가족의 일을 선거를 앞두고 특검을 하겠다는 의도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백 보를 양보해서 총선 후 그 본체라 할 수 있는 주가 조작 부분만 조사하겠다면 또 모를 일이다. 허나, 관련자의 불법 행위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점을 보면 야당의 저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검의 수사대상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넓혀서 수사과정에서 무엇이든지 나오면 계속 관련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도이다. 특검후보 2명 모두 야당이 추천하겠다는 것은 야당의 이런 저의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기존의 관례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특검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빼앗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청하면 재적의원 과반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재의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이 112석을 보유한 상황에서 재의법안의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쌍특검법안에 목매고 있는 것은 특검해서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도보다 특검 거부 프레임을 씌워 총선 기간 내내 이용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해 재미를 보겠다는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출범으로 판세 역전이 예상되자 초조감에서 나온 ‘벼랑 끝 전술’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거부권행사 방침을 밝힌 만큼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서 문제의 쌍특검법안을 국회에서 부결시켜야 한다. 앞으로 이런 소모적이고 터무니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 화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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