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의 KTX역사 유치는 '신의 한수'
여야·민관이 합심 노력한 값진 선물
도시브랜드 가치상승 등 시너지효과
금정구, 늦었지만 KTX역사 유치나서길

그토록 고속철도는 달리고 싶었나?

2023.12.29.06:35. 새벽 찬 공기를 가르고 양산 물금역에서 첫 KTX 열차가 출발했다.

지난 13년간 끈질긴 노력의 산물로, 36만 양산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이뤄지는'역사적 순간'이었다. 서울행 KTX를 타기 위해 무거운 짐 이고 지고 더 이상 부산역, 구포역, 울산역으로 갔다 왔다 하는 좀스런 불편과 시간낭비도 사라지게 됐다. 이와 함께 양산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도 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905년 개통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18년간 숱한 사연을 뒤로하며 낙동강변을 달려온 경부선철도 물금역사(驛舍)에 비로소 초고속 KTX열차가 운행된다. 부산~서울을 반나절시대로 만든 KTX 개통 19년 만이다. 열차는 상하행선 모두 평일(월~목)은 5회, 주말(금~일)은 6회 운행된다.

양산시 입장에서 KTX 운행은 단순히 주 11회 운행 이상의 엄청난 가치와 비중을 담고 있다. 서울행의 접근이 편하고 빨라진 것은 물론, 인구유입, 관광, 교통, 경제, 도시브랜드 가치상승 등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게다가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치적으로 그만한 자랑거리는 없다. 이날 새벽 첫 고속열차가 물금역사에 정차하고 출발함에 따라 양산지역은 본격적인'KTX시대'가 열린 것이다. 양산시와 한국철도공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초대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시승식 등의 행사를 가졌다. 양산시가 이곳에 KTX 열차운행 유치를 접목 시도한 것은 가히'신의 한수'다. 천재 바둑가 이세돌 9단이 연패를 거듭하다 인공지능(AI)'알파고(AlphaGo)'를 이길 때 던진 마지막 한수와도 다를 바 없다고나 할까? 그간 발 벗고 애써온 윤영석·김두관 국회의원과 김일권·나동연 전 현직 시장을 비롯, 합심노력한 모든 양산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양산시민도 아닌 부산 금정구민이 왜 그렇게 비상한 관심을 가지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금정구와 이웃한 중소도시지만, 행정마인드와 지역일꾼들의 탁월한 리더십, 악착같은 시민정신이 보여준 값진 교훈들을 배우고 높이 평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역사성 깊은 물금역에다 KTX 정차유치를 접목시킨 기발한 아이디어 발굴과 이를 무려 13년간 민관이 합심해 관철시킨 적극ㆍ소신행정은 거의 A학점 수준이다. 지역발전은 시민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만큼 성장 발전한다는 결과를 잘 보여준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둘째는, 시기적으로 금정구의'KTX금정역사'유치가 양산시보다 훨씬 더 절실한데도 개통 당시에 이어 이번에 또 실기(失機)한데 대한 아쉬움과 분노 때문이다. 현재 KTX로 서울을 오가는 부산 금정구, 동래구, 기장군, 해운대구, 수영구, 양산시, 김해시 등 주변 200만 시민들의 최적 이용편의를 지정학적으로만 놓고 본다면?KTX 금정산터널이 끝나는 금정구 선두구동이나 양산시 동면 법기리에'KTX금정역사'가 들어서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 그런데도 금정구는 개통 당시 유치를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해 실기했고, 이번에도 또 실기했다.

당시 민간인으로 유치를 주장했던 도정락 금정상수원보호구역해제추진위원장의 증언을 들어보면 "금정의 미래를 위해 유치를 주장하였으나 지역 국회의원 등 어느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안했다"면서 "그때 금정구민들이 적극 나서 유치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된다"고 말했다. 이후 지금까지 역대 금정구청장, 국회의원, 시ㆍ구의원 어느 누구하나 시도는커녕,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양산시의 KTX역사 유치로 또 한 번의 '선점기회'를 놓친 것은 참으로 뼈아픈 치명상이다. 그 잘난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지역현안을 무시하고 외면했는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그러고도 재선되고 싶은지 되묻고 싶다.

셋째는, 부산대병원과 나노·바이오대학원 캠퍼스까지 양산과 밀양에 빼앗긴 금정구는 지금'깡통도시'로 쇠락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위기의식 없이 폼만 죄는 모습들이 안타까워서다. 적어도 금정구 국회의원과 구청장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인구유입과 KTX금정역사 유치에 승부수를 걸만한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채산성이 없어 건보공단이 사실상 이미 버린 침례병원 공공화 카드를 불 들고 시민들을 호도하는 모습이 우습기도다. 도대체 지역발전을 위해 지금껏 한 게 무엇이며, 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끝으로, 금정구 인구는 매년 줄어 현재 21만 6천여 명으로 인근 양산시와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명색이 제2도시인데 별 문제 있겠어"하고 안일하게 여길지 모르는 단체장의 마인드가 걱정 되어서이다. 빈사위기에 처한 금정구를 되살릴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쉽지 않겠지만, KTX금정역사를 유치하면서 주변 그린벨트(GB)와 상수원보호구역 이중족쇄를 몽땅 풀어 KTX금정역사와 부산고속터미널, 지하철 노포역 등지를 초역세권으로 빨리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전국에 고속버스터미널과 지하철 역사가 있는 초역세권에 호텔, 복합상가 등 숙박시설 한곳 없이 황량하게 방치된 곳이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 금정구의 현실이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다. 한마디로 도시행정의 방치고 포기다. 이는 우선 부산시의 무능과 책임이 더 크고 무겁다. 허허벌판에 KTX역사가 들어선 울산역, 오산역, 광명역, 천안역 등 전국 KTX 주변의 역세권은 지금 어떤가? 엄청 변모하고 있다. 양산지하철 증산역과 물금역사 주변도 지금 하루가 다르게 신도시로 급변하고 있다.

게다가 장담컨대, 2025~26년 금정구와 연접한 양산 내송신도시 완성과 부산지하철 양산선(노포역~양산)이 개통되면 금정구의 인구는 고무풍선 바람 빠지듯 줄 것이 확실한데도 아무런 대안이 없다. 반면 양산시는 인구 50만을 목표로 신도시개발, KTX역사 유치와 황산공원 개발 등 크고 작은 사업과 적극행정으로 대도시 부산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피해자는 금정구가 될 것이다. 10~20년 전만해도 양산거주를 꺼린 수많은 직장인들이 부산에서 출퇴근 했는데, 지금은 그 반대 현상이거나 아예 양산으로 이주하고 있다. 잘나가는 양산시를 부러워해야 할지, 부실한 금정구 행정을 탓해야 할지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내년 4월은 지역의 가장 큰 일꾼인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일이다. 마지막'신의 직장'을 구하겠다는 신념에서인지 깜량도 안 되는 자들이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가관이다. 진짜 봉사하겠다는 사즉생의 각오와 스스로 인품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후보는 출마 안 해도 괜찮다. 능력도 안 되면서 6g의 금배지에 눈이 멀고 권력에 중독되어 폼이나 죄고 세비만 축내는 그런 '좀비일꾼'은 정말 싫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충고하고 싶다. "너 자신을 아세요. 그간 많이 묻다 아이가, 언자 고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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