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열두 달이 다 가고 마지막 남은 달력이 한 장뿐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세월이 새삼스럽게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 동안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한 사람과 빈둥대고 놀기를 좋아한 사람의 비유를, 흔히 개미와 베짱이에 비유하여 말한다. 지금도 겨울 추위는 무섭지만 옛날 가난한 시절 엄동설한은 너무 견디기 힘 드는 시련의 계절이었다.

옛날 초가집이 두꺼운 흙벽 집이어서 따뜻한 편이라고 하지만, 드나드는 문에 틈새가 많고 또 한 겹 문종이가 얇아서, 온돌방의 방바닥은 따뜻하지만 외풍이 센 편이었다.

주거환경뿐만이 아니고 몸에 걸치는 의복 역시 요즘 옷감처럼 체온 유지가 잘 되는 편이 아니었다.

요즘은 난방이 잘 되는 주택 구조에 보일러 시설이 잘 되어서 방안이나 거실이 얼마나 따뜻한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의복도 속옷 겉옷 외투나 점퍼 패딩 등 몇 겹을 껴입고 다닌다. 또한 주거공간뿐만이 아니고 회사나 학교 사무실 일터 등이 다 난방시설을 갖추고 있다.

교통수단 역시 버스나 승용차 지하철 등이 모두 난방시설이 다 잘되어 있다.

올겨울은 극심한 추위가 많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아직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체가 많아서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지구 기온이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난방시설이 잘 되고 추위 따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역시 겨울이다.

한동안 봄 날씨처럼 기온이 오르더니, 갑자기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엄습을 했다. 눈이 많이 와서 교통이 두절되는 곳도 있고 빙판길에 교통사고도 배가 늘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살기엔 역시 봄가을이 좋은 계절이다.

요즈음엔 사람 먹고사는 것이 예처럼 그렇게 각박하진 않다.

사람이 먹고사는 것, 식량에 위협을 받던 그 시절엔 배가 고픈데 날씨까지 추워서 겨울철 살기가 여간 고생스런 것이 아니었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엔, 베짱이가 게을러서 일을 하지 않고 노래나 부르고 여름날을 보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서 고통을 겪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시절엔 일을 아무리 부지런히 해도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먹고살기가 힘든 판에, 노동을 싫어하고 육체가 게으름을 피우면, 사람 먹고살기가 어려운 것은 빤한 일이었다.

육체의 게으름에 의해 육체가 겪는 고통, 매우 직접적이고 절박했을 것이다.

사람은 밥만 먹고는 못 사는 존재이다.

육체의 안일과 물질에 대한 욕망이 어느 정도 만족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어떤 충족감을 느끼지 못했을 경우, 사람들은 생활의 불편을 느낀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정신적 불만, 예를 들면 우울증 같은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배는 부르고 육체는 한없이 편안하지만 정신이 채워지지 않고 만족을 느낄 수 없을 때, 정신적인 불편 정신에 어떤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살기도 편안해지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를 느끼는데 왜 정신은 채워지지 않고 결함이 생기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동물과 인간과의 차이이다. 육체의 안일 물질의 풍요만으로 인간은 만족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육체활동 정신활동, 육체 생활 정신생활엔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한쪽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선진사회일수록 인간 수명이 길어진다.

5,60년 전 한국 사회도 약 20여 년정도 수명이 연장되었다. 적당한 육체 운동과 정신을 쉬어주는 여가활동이 다양해졌다. 각자의 성격 취미 취향에 따라서 제 몸에 맞는 여가생활을 즐기면 된다.

중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쿵후를 즐기고 일본인들은 책 읽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주식투자나 스포츠 경기, 복권 사기, 카지노 등 투기나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문화재 감상에도 꽤 열을 올린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프랑스와 일본이 종이(책, 인쇄물)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통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민족', '문화국가'라 칭할 때의 기준을 보통 책을 많이 읽는 민족국가를 말한다. 1866(고종3년) 병인양요(丙寅洋擾)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쳐들어왔을 때, 아무리 가난한 초가집에도 책이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외식문화, 노래방 문화를 즐긴다고 한다.

여기에다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민족으로 알려져서 별로 명예스럽진 않다. 1800년대엔 아무리 가난한 초가집에도 책들을 보관하고 있어서, 프랑스인들이 조선사회의 문화 수준, 문화의식에 놀랐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그동안 일제 36년에 6.25전쟁 같은 혹독한 역사 사변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의 문화혼, 문화민족으로서의 좋은 습관을 잃어버린 것 같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괜스레 낭만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외려 함박눈 내리는 겨울 한철이야말로 책 읽기에 딱 좋은 절기이다.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책을 읽으면 그대로 머릿속에 소록소록 그 내용이 다 들어가 앉을 것 같은 것이다. 또한 난만하고 스산한 가을보다는 겨울 분위기가 훨씬 더 책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곡식을 넣어두는 창고에는 알곡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한다. 아무리 추운 날씨가 기승을 부려도 곡식창고에 알곡이 가득 쌓여 있으면 마음이 훈훈하다.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

지난 일 년 동안 제대로 할 일도 다 못하면서 쓸데없이 번거롭기만 했다. 이제라도 깨달으니 천만다행이다. 마음에 안정을 못 찾는 것은 머리에 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의 양식을 빈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을 해야 한다.

옛 성현들은 도(道)를 아침에 깨닫고 저녁에 죽어도 족한다고 하였다. 대단한 깨달음이다. 며칠 안 남은 1년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마음을 가다듬자.

복잡하고 뒤숭숭한 세상이지만 마음을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자. 내년 새해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성껏 지혜를 모으자.

만약 지금이 겨울이기만 하다면 봄은 멀지 않으리...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