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집권당의 키를 잡았다. 법무부장관으로 있던 공무원이 바로 집권당 수장으로 추대되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화되었다. 국민의힘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고 한 위원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는 말이다. 한동훈 위원장의 출중한 능력과 거침없는 언행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치 무경험과 용산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명하복의 검찰과 달리 복잡다기한 정치판은 독립적이고 수평적이어서 단시간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위원장을 불러낸 것은 절박한 위기상황을 타개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무경험은 분명 약점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거나 결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권당이 진정 혁신해야 할 필연성이 존재하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정치 무경험은 기득권에서 자유롭고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강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복잡하게 얽혀 풀리지 않는 문제는 원칙으로 돌아가 그 사안을 단순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 부채가 없는 한 위원장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린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도 기대해볼 만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본인을 위해서도 경험을 더 쌓고 트레이닝을 충분히 한 다음, 정치권에 등판해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조급한 마음에 욕심을 내어 성급히 불러냄으로써 미래의 소중한 인재를 어이없이 소모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득권과 엮이고 부조리에 무감각해지기 쉽다. 지금은 정치적 경험 보다는 리더의 능력과 의지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한 위원장의 지적 능력과 순발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모험이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모험이다.

용산과의 관계도 양면성을 갖는다. 윤대통령이 과거 검찰로 근무할 때 상사였다는 사실로 인해 상명하복의 종속관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연으로 인해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관계라면 허심탄회하게 소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심을 버리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진심이 중심을 잡고 있는 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신뢰 관계는 국내외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대중적 인기도 한 위원장의 남다른 장점이다. 대중의 관심과 호감이 높다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호사다. 한 위원장의 높은 대중적 인기는 총선을 앞두고 분열되기 쉬운 국민의힘을 결집시키는 화합의 원동력으로 강하게 작동할 것이다.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치하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 가히 셀럽이라 할 만한 한 위원장의 등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대교체는 물론이고 정치판 자체를 바꾸는 혁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말 오래간만에 정치판에 삼박하고 유능한 신인이 나타났다. 그동안 여소야대 정국에서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었던 난맥상을 말끔히 해소하고 시원한 정치를 선보여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야 대통령이 살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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