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파파팍!"

"으악!"

"횃불을 버려라!"

화살에 맞은 부하들이 여기저기서 쓰러지자 염자가 들고 있던 횃불을 던져버리며 외쳤다. 곧 염자의 부하들이 들고 있던 횃불 수십 개가 무성한 갈대밭에 일제히 떨어졌다. 바짝 마른 갈대 위에 떨어진 횃불들로 인하여 주변은 금새 커다란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놀란 말들이 여기저기서 날뛰었다. 염자는 그 틈을 노리지 않고 근처에 있던 가라국 병사들에게 달려들었고, 그것을 신호로 부하들 역시 일제히 황우군 군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일대 혼전이 일어나자 더 이상 화살이 날아들지 않았다.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와 장정들이 내지르는 함성 소리로 인해 주변은 극히 소란스러워졌다.

"왕자님을 보호하라!"

장군 지수가 무력의 앞을 막아서며 외쳤다. 그러나 무력은 그런 그를 밀어내고 칼을 뽑아든 채 말을 몰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에잇!"

곧 마상에서 휘두른 무력의 칼에 역시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고 있던 노질부의 사병 하나가 그대로 꺼꾸러지면서 마른 덤불을 태우며 무섭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 속으로 떨어졌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분노한 무력이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무력이 직접 싸움에 뛰어들어 독려하자, 가라군의 사기는 충천했다. 오로지 탈출로만 찾고 있던 염자는 빠른 속도로 자신의 부하들이 죽어나가자,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서둘러 근처에 있던 자신의 심복 몇몇과 함께 말을 버리고 강을 향해 뛰어갔다.

"놈들이 도망친다! 잡아라!"

장군 지수가 막 노질부의 사병하나를 말에서 꺼꾸러뜨리며 외쳤다.

"강을 건너 삽라군으로 간다!"

염자는 들고 있던 칼과 입고 입던 갑옷을 던져버리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근처에 있던 부하들도 똑같이 칼과 갑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칠흑같이 어두운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활을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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