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내 모든 것을 지척에서 들어 다 알고 있거늘 어찌 발뺌을 하는 것이냐?"

무력이 손에 든 금괴를 내보이며 노질부를 다그쳤다.

"억울하옵니다!"

갑작스런 기습을 당한 노질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무고함을 항변했다.

"시끄럽다! 여봐라! 저 놈의 목을 당장 쳐라!"

상황을 길게 끌면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무력이 고로제작도면을 자신의 품속에다 집어넣고는 장군 지수를 향해 노질부의 목을 칠 것을 명령했다.

"제발 살려주시옵소서!"

무력의 명을 받은 장군 지수가 칼을 치켜들었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무릎을 꿇고 통사정을 하고 있는 노질부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쳤다.

"에잇!"

"으악!"

강한 기합성과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곧 노질부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땅바닥에 떨어졌다. 목을 잃은 몸뚱이는 잘려진 목을 통해 무수한 피를 규칙적으로 뿜어내며 몇 차례 움찔 거리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머리 바로 옆으로 그대로 쓰러졌다.

"저 놈들도 모두 포박하라!"

무력이 아직도 칼을 손에 쥔 채 저항의지를 꺾지 않고 있던 염자를 비롯한 노질부의 사병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물러서지 마라!"

염자가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서는 가라국 군사들을 향해 칼을 겨누며 외쳤다. 염자는 이대로 잡혀서는 생사가 보장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비록 목숨을 건지다고 해도 자신과 부하들은 십중팔구는 쇠광산 노예생활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활을 쏴라!"

염자를 비롯한 노질부의 사병들이 저항의지를 꺾지 않자 장군 지수가 단호하게 명령했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곧 수십 개의 화살들이 횃불 아래 고스란히 노출된 염자를 비롯한 노질부의 사병들을 향해 빨려들 듯이 정확하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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