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염자는 부하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곧 염자의 넓적다리에도 화살 한 대가 꽂혔고, 충격과 고통에 염자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겁에 질린 노질부는 상황이 위급하게 치닫자 급히 말에서 내려 무력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렸다.

"왕자님, 뭔가 오해가 있나 보옵니다. 소인을 도성으로 압송하여 주시옵소서. 폐하께 나아가 직접 이번 일을 소상히 설명하겠나이다."

노질부가 자신을 도성으로 끌고 가 국왕 구해에게 직접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말했다. 일단 가라국 도성에 가면 평소 뇌물을 줘 온 친신라계 대신들은 물론이고 신라에서 파견 나와 있는 관원들도 여럿 있었다. 따라서 지금보다 목숨을 건질 확률이 여러모로 훨씬 높았다. 그러나 노질부의 의도를 미리 간파하고 있던 무력은 싸늘하게 웃어보였다.

"뭣들 하고 섰느냐! 어서 저 놈의 품을 뒤지거라!"

추상같은 무력의 명에 황우군 군사 몇이 노질부에게 달려들어 품속에서 장세가 조금 전 건넨 천조각들을 찾아내 무력에게 건넸다. 무력은 횃불 가까이 다가가 건네받은 천조각을 펼쳤다. 틀림없는 고로의 제작도면이었다. 보고 있던 노질부의 얼굴이 샛노랗게 변해 있었다.

"네 이놈! 감히 왕실의 비급을 훔치다니! 이것을 어떻게 손에 넣었느냐 바른 대로 이실직고 하렸다!"

무력이 손에 든 천조각을 쥐고 흔들며 노질부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왕자님, 모든 것이 저 놈이 꾸민 일이옵니다! 소인은 아무런 잘 못이 없사옵니다."

노질부는 당장 위급함을 벗어나고자 잡혀 있던 장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

"아닙니다. 대인께서 소인에게 고로의 제작 비급을 훔쳐오면 금괴를 주신다하였습니다. 여기 대인이 소인에게 준 금괴가 있사옵니다."

장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조금 전 받은 금괴상자를 무력에게 건넸다. 무력은 상자 속에서 금괴를 하나 꺼내들었다. 금괴에는 노질부의 상단을 뜻하는 '弩'자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