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대인께서는 품에 품고 있는 것을 당장 내 놓으시오!"

손에 칼을 든 무력이 위엄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왕자님, 무슨 말씀이온지요. 소인의 품에는 아무 것도 없사옵니다."

노질부는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상대는 나이 13세에 불과한 어린 왕자였다.

"대인의 품에 가라국 왕실의 국보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이다. 어서 그것을 내 놓고 그대의 죄를 이 자리에서 토설토록 하시오!"

옆에서 듣고 있던 장군 지속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상황은 노질부에게 지극히 어렵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염자가 부하들과 함께 장군 지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대인, 어서 달아나시옵소서. 이들은 소장이 막겠나이다."

염자가 호기롭게 외쳤다. 노질부는 지금 잡힌다면 죽음을 면키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장 말에 올라 달아나려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반대편에서 다시 무수한 군마가 나타나 탈출로를 완전히 봉쇄하고 말았다. 노질부는 자신과 부하들이 완전히 포위당한 것을 알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당장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어라!"

장군 지수가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염자는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가라군의 숫자는 대략 150명 안팎으로 보였다. 수적으로 한 번 해볼 만했다. 염자는 이를 악물고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대인! 소장이 적을 막는 동안 틈을 보아 자리를 피하십시요!"

염자가 바로 뒤쪽에 있던 노질부를 향해 말했다.

"알았다."

말 위에서 칼을 꼬나잡은 염자는 곧장 장군 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화살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어둠을 꿰뚫고 날아와 염자와 부하들을 향해 쏟아졌다.

"으악!"

화살에 맞은 염자의 부하들 10여명이 순식간에 단말마 비병을 울리며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놀란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날 뛰었다. 포위당한 노질부의 사병들은 순식간에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당황하지 마라! 퇴로를 화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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