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기괴한 상상입니다만, 사람이 사람을 만들면 어떨까요? 지금의 생김새대로, 지금의 기능을 모두 살려서 만든다면 말이지요. 놀랍게 발전하는 과학의 힘을 빌려서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면 과연 그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우리 몸의 혈관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무려 10만 km가 된다고 합니다. 지구를 두 바퀴 반 돌 수 있는 거리지요. 그만한 길이의 혈관을 서로 엉키는 일 없이 우리 몸 안에 집어넣는 일이 가능할까, 그러면서도 동맥과 정맥의 역할을 혼동 없이 감당할 수 있도록 제대로 배치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우리 눈의 기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요? 아무리 카메라 렌즈가 좋아도 사람의 눈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만든 눈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세상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지금의 크기를 맞출 수 있을까 싶습니다.

코는 어떨까 모르겠습니다. 각종 냄새를 맡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꽃향기와 독가스를 혼동하면 큰일이 날 테니까요. 온갖 먼지를 걸러내어 맑은 공기를 몸속으로 들여보내는 기능을 가진 필터도 필요할 터이고요.

혀는 어떨까요? 쓴맛과 단맛 등 여러 가지 맛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하고 머리카락 같은 미세한 이물질도 감지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기능 전부를 지금의 혀 크기에 다 담아낼 수가 있을지요?

우리 뇌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몇 대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할까요? 온몸의 기능을 통제하거나 지시하며 조율을 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를 관장하는 중앙통제실과 같은 기능이 필요할 텐데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사랑, 우정, 기쁨, 보람, 미움, 증오 등 갖가지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맞는 반응까지 담으려면 대체 슈퍼컴퓨터가 몇 대나 필요할까 짐작하기가 어려운데, 그것을 우리 머리 안에 넣는 일은 더욱 난감하게 여겨집니다.

그나마 새끼발가락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 쉽게 여겨지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에게 새끼발가락이 없으면 강한 바람에 쓰러지기가 쉽다고 합니다. 새끼발가락 안에도 몸을 지탱하는 힘을 담아야 하니 그 또한 보통 일이 아닙니다.

가장 난감하게 여겨지는 것은 배변활동입니다. 우리 몸 안에 화장실을 넣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몸 안의 화장실은 만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더욱 어렵게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 냄새를 어찌 단속할 수 있을지 떠오르는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을 만들기는 했는데 냄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온갖 아름다운 만남들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과학으로도 설명하기 힘들고, 눈부신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놀라운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우리의 몸 자체가 하나의 경이로운 우주라는 사실을, 엉뚱하고 기괴한 상상 하나가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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