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5일 논산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신병교육 수료식을 주관했다. 그 자리에서 박 총장은 5주간의 훈련을 수료한 신병과 이들의 부모에 감사를 표하면서 “장병들이 인격을 존중받고 인권이 보장된 가운데 건강하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총장은 “확고한 대적관을 견지하고 제복을 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이 감히 도발하지 못할 억제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총장이 훈련소에서 신병수료식을 주관한 건 2000년대 들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2016. 3.부터 2019. 9. 까지 근무하면서 상당한 기간 군인권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서 군에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군 관련 사건 처리 시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군의 대비태세 확립과 장병들의 인권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장교들은 군기와 인권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장병들의 인권을 강조하면 기강이 해이해져서 결국 전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오래 군 생활을 해왔던 이분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1970년대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장병들의 인권을 강조하면 다들 생뚱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고 장병들이 자라온 환경과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국가와 군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심리구조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육군의 최고 지휘관이 싸워서 이기고 싸우기 전에 적의 도발을 막는 우리 군의 전투 대비태세를 강조하면서도 장병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애쓰겠다고 말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저는 현재 육군인권자문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장병들이 호소하거나 간부들이 부대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 요청하는 사안들에 대해서 자문위원 여러분들이 숙의하여 육군총장에게 자문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모두 일치하는 안건은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가지 고려하여야할 사항들이 많고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육군인권자문위원회의 자문에 의해 오랜 관행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다만, 장병들이 제기하는 인권침해 사건 중에는 인권 침해라기보다는 생활상의 불편에 대한 민원의 성격이 강한 사례도 있다. 신세대 장병들이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일선의 초급 간부들이 자신있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전투 대비태세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급적 여러 상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알기 쉽게 만들어서 초급 간부들이 사후 책임에 대한 걱정 없이 부대를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준의 적정성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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