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장세가 가라군이 매복하고 있는 숲을 바라보며 구슬프게 울부짖었다. 일이 모두 끝났다고 판단한 노질부는 고로제작도를 품속에 잘 넣은 다음 말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한무리의 군마가 횃불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염자가 즉시 칼을 빼들고 그들 앞을 막아섰다.

"웬 놈들이냐!"

염자가 칼을 겨눈 채 말에 내려 성큼 성큼 걸어오고 있는 이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자신이 들고 있는 횃불에 비친 이들의 갑옷과 군기를 본 염자는 오히려 겁을 집어 먹고 뒷걸음질 쳤다.

"황우군이다!"

염자는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군사들이 가라국 내에서도 최정예 군으로 손꼽히는 황실근위대인 황우군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노질부에게 다가갔다.

"대인, 황우군이옵니다."

"황우군? 황실근위대가 여긴 무슨 일이더냐?"

노질부는 황실근위대가 먼 변방까지, 그것도 야밤에 나타난 것을 의아했다.

"불길하옵니다."

염자가 야수처럼 황우군 군사들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떨 것 없다. 내가 누구더냐? 바로 노질부이니라. 저들이 감히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니라."

노질부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염자의 칼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앞으로 나섰다.

"우두머리가 누구냐? 썩 앞으로 나서지 못할까!"

노질부가 호기롭게 외쳤다.

"물러서거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황우군 군사들이 일제히 칼을 거두고 옆으로 물러섰고, 그 틈으로 중무장한 무력과 장군 지수가 걸어 나와 노질부 앞에 섰다.

"그····그대는 무력왕자!!!"

노질부는 당황했다. 지금 자신의 품속에는 가라국 왕실의 보물이자, 일급 기밀인 고로의 제작도가 그려진 천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또한 그것을 직접 훔쳐낸 간자가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고로제작 비법을 훔치려는 자는 국법으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그 자리에서 참하도록 하고 있었다. 노질부는 장세와 무력을 차례로 바라보며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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