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질부(弩晉夫)의 죽음

"약속한 금괴다. 그것이면 네가 원하는 대로 신라 땅으로 돌아가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 것이니라."

장세는 곁눈질로 염자의 행동을 살피면서 건네받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속에는 정말 금괴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러나 금괴를 바라보는 장세의 마음에는 즐거움은 커녕 두려움만 더 커질 뿐이었다. 상자 속을 확인한 장세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다시 대나무 통을 꺼내 염자에게 건넸다. 염자는 그것을 다시 노질부에게 건넸다. 노질부는 조바심을 내며 뚜껑을 열어 속에 들어 있던 천조각을 꺼내들고 펼쳤다. 그리곤 조금 전의 천조각을 품속에서 꺼내 맞춰봤다. 천조각들은 정확히 들어맞았고, 그 위에 그려진 고로제작도 역시 정확히 하나가 되었다. 갑자기 노질부의 얼굴에 주체할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됐어! 하하하! 이것만 있으면 나는 신라제일의 갑부가 될 수 있음이야! 하하하!"

그렇게 소원하던 고로제작기술을 손에 넣은 노질부는 큰 소리로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인, 저 놈은 어떻게 할까요?"

염자가 상자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오들오들 떨고 서 있는 장세를 가리키며 물었다.

"금괴를 회수하고 물에 빠뜨려 죽여라!"

노질부가 웃으며 말했다. 염자가 뒤에서 대기 중이던 부하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지시를 받은 부하 2명이 칼을 빼들고 장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장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둥지둥 도망치려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하고 염자의 부하들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대인!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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