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가야인에서 용신에게 비와 안녕을 빌다'
지난 2일 양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개최

가야진용신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가야진에서 용신에게 비와 안녕을 빌다'가 지난 2일 양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삼국시대 신라 사독 중 하나이자 국가제례(중사)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전승되고 있는 경남도 무형문화재 '가야진용신제'의 역사적 위상과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가무형문화재 가치와 타당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기조 강연을 맡은 박성석 경상국립대 명예교수는 '가야진용신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란 주제를 통해 가야진용신제는 국가 의례를 현존하는 제장에서 거행하는 지방 유일의 문화유산임을 소개하고, 역사적 기록과 가야진사 출토 제기의 존재 등 가야진용신제의 국가무형문화재로서 가치를 설명했다.

박성석 교수는 "가야진용신제는 국가지정문화재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한편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고 했다.

이어서 "가야진용신제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기예능적 측면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문화재의 가치성을 재인식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여 국가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당면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 과정에서 양산시와 경남도가 너무 서두르다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관계 전문가나 자문위원의 선임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했다.

송부용 경남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오랫동안 가야진용신제를 이어온 원동면 주민을 비롯한 양산시민의 통합된 전승 의지는 가야진용신제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증명함에 부족함이 없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가야진용신제의 역사적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국가문화재로서의 지정 당위성을 논하고자 한다.

종합토론은 이영식 인제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이근우 부경대 교수, 안세진 고려대 연구교수, 한형주 성북선잠박물관장, 박일웅 양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이 나서 가야진용신제의 역사적 재평가와 국가무형문화재적 가치 등에 대한 밀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4가지 주제발표로 살펴보는 가야진용신제
채미하 한국교통대 교수는 '가야진용신제의 장소성'을 주제로 낙동강과 가야진에 대한 여러 기록을 검토하여 가야진이 교통의 요충지뿐만 아니라 군사적 요충지로서 가지는 의미 등 가야진용신제의 장소성에 대해 전했다. 이는 가야진이 위치한 지역의 지리적 특수성뿐만 아니라 역사성과 현재의 의미를 알고자 함이다.

채미하 교수는 "가야진이 있는 원동면 용당리는 행정과 교통의 중심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는 조선 후기 양산 군수를 지낸 인물 권만의 장계와 조선 후기 봉산이 설치되는 데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조선후기에 봉산의 폐해로 민호는 줄었고 수해로 지역민들은 고통을 받았다. 이를 반영한 것이 '원동목도소리(노동민요)'였고, 공적인 측면에서는 가야진에 대한 제사가 그것이다"고 했다.

이용범 안동대학교 교수는 '가야진 용신제 제의의 특징'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가야진용신제 제의(祭儀)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데 기여하고자 제의의 변화와 복합성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살펴봤다.

이용범 교수는 "가야진용신제는 문헌자료를 통해 오랜 역사가 확인되는 제의 가운데 하나이다"라며 "가야진용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믿음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현재도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살아서 기능하는 제의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지민 경남대학교 교수는 가야진용신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도움이 되고자 '가야진용신제의 재정립'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김지민 교수에 따르면 양산시와 보존회는 2015년과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승격을 위한 지정 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에서 사료가 부족한 점, 원형에 대한 다양한 이설, 가야진사의 위치 고증 등의 문제를 제기하여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양산시와 보존회는 가야진용신제를 국가무형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학술 조사와 논의를 충분히 거쳐 역사성, 예술성, 사회문화적 가치 등을 확립해 왔지만, 현재까지 국가무형문화재로는 지정받지 못했다. 이에 김 교수는 가야진용신제를 면밀히 검토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립을 위해 필요한 논의 사항을 적시하여 체계를 재정립하고자 했다.

김 교수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무형문화재 전형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문화재위원회에서 제기한 가야진용신제의 변화에 대한 문제에서는, 전형이 아닌 원형을 찾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며 "무형문화재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승된다. 따라서 시대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한데도 전형이 아닌 원형을 찾으려는 것은 문화가 가진 본질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가야진용신제에 민속적 부분에 대한 부정은 문화재에 대한 고정관념이 불러온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는 그것이 연행되는 '현장', 연행하는 '집단', 그리고 즐기는 '청중'이 함께하여 만들어진다. 현장·집단·청중은 시대에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고 했다.

끝으로 심지연 문화재청 감정위원은 '가야진사 출토 분청제기로 본 가야진 용신제'를 발표했다.

조선전기 자기소(磁器所)에서 견양(見樣)에 의해 제작된 길례용 분청사기의 제작 배경을 살펴보고, 양산 가야진사 출토 분청사기 제기의 용도와 성격을 통해 조선전기 지방에서 시행된 중사 독제가 가야진에서 시행되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나섰다.

심지연 감정위원은 "가야진사 유적은 조선전기 지방에서 국왕을 대신하여 소재관이 치제했던 국가 제사인 중사 남독이다"라면서 "이곳에 대한 정식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제기는 조선전기 국가 사전에 중사로 등재된 가야진사의 위치와 규모, 당시 사용했던 기물인 제기가 다수 출토 되었기 때문에 역사적, 학술적으로 가치가 크다"고 했다. 또한 "가야진사 유적에서 출토된 분청사기 제기는 조선시대 지방에서 소재관이 치제했던 가야진 용신제의 실체를 확인해 주는 실제 유물로서 그 가치는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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