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량문화축전에서 '한복 패션쇼' 첫선
이윤경 연구원, 행사 총괄과 모델 지도
양산 문화 예술인과 업체 간 협업 기획
공동창작소,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 제공

양산태생 이윤경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 연구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가야금병창 이수자로 패션모델, 방송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평소 자신의 고향인 양산의 문화예술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했던 그녀는 올해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 연구자 모집 소식을 접하고 입사 지원·합격하여 연구원 직책을 맡게 됐다.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는 내년 7월경 시설이 완공되어 그동안 실체가 없어 보였지만, 삽량문화축전에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한복 패션쇼'라는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가시적인 이 성과는 이윤경 연구원이 기획 및 총책임자를 맡았으며, 외부 전문인을 전혀 들이지 않고 양산의 문화예술인과 관련 업체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냈다.
이윤경 연구원은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의 중점 사업을 만들어 가고 이끄는 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다"며 "저를 포함한 공동창작소의 역할은 이를 잇는 '가교'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집안은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양산에 터를 잡았고, 저는 양산시 태생으로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에 진학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가야금병창 이수자로서 서울에서 활동했었습니다.

힘들게 상경하여 국립단체 단원 활동 그리고 문화재 이수자가 되기까지 치열한 과정을 거쳤기에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 시기에 고향인 양산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한편에 두고 살았었습니다. 마침 양산시에서 올해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 연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입사 지원·합격하여 현재 이곳의 연구원 직책을 맡았습니다.

▶올해 KBS 전국노래자랑 양산시 편 최우수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전국노래자랑에서는 '양산의 딸'로 소개했습니다.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에는 종합 예술인을 육성하는 커리큘럼이 많아 국악 이외에도 연기, 무용 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패션쇼 모델과 앞서 말씀해 주신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전문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의 문화예술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는 어떤 일을 하는지?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는 말 그대로 문화예술인에게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발전 및 참여 기획을 구성하고 연구합니다.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 향유 증진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 창작소 인근 지역의인 구 어곡초등학교는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예술 분야 인적·물적 인프라 이식을 추진해 개발의 새로운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을 살펴보면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는 문화재단의 기본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창작소의 여러 시범사업 중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지역 업체 간 협력 지원사업' 계획이 있는데 삽량문화축전에서의 '한복 패션쇼'는 그 사업의 일환입니다.

▶삽량문화축전의 '한복 패션쇼' 기획 및 총책임자를 맡았는데 기획 배경과 타지역 한복 행사와 차이점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에서의 근무 기간은 10개월에 불과하고 패션쇼 준비는 8월에서야 시작했습니다.

두 달 만에 행사 기획, 대상 물색 과정을 거쳐 결과물까지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죠. 그렇다 보니 짧은 기간에 완성도 있고 시민들에게 공동창작소의 사업 취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이후 내린 결론이 '한복 패션쇼'라 생각했습니다.

패션쇼 기획과 연출은 처음이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지난 경험이 기획과 성공적인 행사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의 한복 패션쇼와의 차이점은 전국에 한복 패션쇼는 많지만, 다수의 지역 화가와 한복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개최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여기에 더해 저는 타지역과 더 차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양산을 상징하는 꽃인 목련, 홍매화 등을 한복에 담아 양산 한복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상품화 기반까지 다지고자 했습니다.

특히 패션쇼는 외부 전문 인력 없이 운영했으며, 공동창작소를 매개로 한 수업과 관련된 양산 시민들로만 구성된 점은 첫 공동창작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한복 수가 27벌이나 된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예산이 있어야 가능했을 텐데?
예산지원은 없었지만 이번 패션쇼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먼저 꽃을 이미지화하고 그림으로 표현한 양산미술협회 화가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한복 천에는 물감이 제대로 묻어나지 않고 고가이다 보니 더욱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꽃 하나 그리는데 수 시간이 소요되고, 시간 압박에 휴일도 반납하면서까지 작업했습니다.

어찌 보면 예산지원도 없다시피 해 사실상 재능기부였죠. 그게 지금도 못내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런데도 지역 문화예술인과 업체 간 협력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라며 웃어 보이던 양산미술협회 이경희 회장님을 비롯해 10명의 화가분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어서 사실 한복업체에 지원된 예산도 없었고 모두 한복 디자이너들이 자비로 천을 구입하여 손수 제작했습니다. 이 부분 또한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하지만 한복 업체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로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필요성을 느껴 적극 동참하셨습니다.

▶패션쇼에 양산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라 더욱 의미 있어 보입니다.
모델로 출연한 관내 청소년 26명은 공동창작소에서 시범 운영한 시민문화예술강좌 중 '모델교육' 수강생들입니다.

예산을 낭비하면서 외부 전문 모델을 섭외하기보다는 이 분야를 꿈꾸는 우리 지역 청소년들에게 경험을 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패션쇼 모델로 선정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한복 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예술작품이 그려진 작품 한복을 입어봄으로써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 고취의 뜻도 있었습니다.

▶전문 모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퍼포먼스가 좋아 보였습니다.
제가 패션쇼 모델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 청소년 모델들의 워킹부터 손동작 등 여러 퍼포먼스까지 직접 지도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는 음악에 맞는 워킹과 퍼포먼스 준비로 깐깐한 연습 과정이 힘들었을 수도 있었는데 잘 따라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특히 지도한 학생들이 행사가 끝나고 저에게 "성취감과 장인들의 작품 한복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이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전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복 모델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아티스트로서의 활동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양산미협 이외에도 어떤 분야에서 패션쇼에 참여했는지?
공동창작소의 시범사업 중 시민문화예술강좌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청소년 모델은 '모델교육', 음악과 영상 '컴퓨터 음악 강좌', 사진 촬영 '사진 예술교육'의 강사님과 수강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참여해 공동창작의 의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이점 또한 앞서 전한 다른 한복 패션쇼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패션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고 함께 보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지역 업체 간 협력 지원사업'이란?
이 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업체 간 협력 가능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사업화 지원을 위한 시범사업입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창작활동 기회 확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기대할 수 있고, 업체는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에 문화예술을 접목하여 상품의 가치상승과 판매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수익성 예술 콘텐츠 창출의 토대를 마련하고 선순환할 수 있는 '문화예술 경제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순환할 수 있는 문화예술 경제생태계 구축은 다소 생소한 개념입니다.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역의 문화예술과 경제는 동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 또는 지자체의 일회성 보조금이 아닌, 그들이 창작 활동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 창출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적은 액수라도 수익이 보장된다면 장기적이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시도하고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공동창작소는 앞서 말했다시피 문화예술단체와 업체 간 협력 가능한 콘텐츠를 발굴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업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공동창작소가 기획하고 지역의 한복 업체, 양산미협, 시민이 함께 만든 샵랑문화축전의 '한복 패션쇼'입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험이 많은데, 그 경험을 연구원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녹여 낼 건지?
먼저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의 중점 사업을 만들어 가고 이끄는 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입니다. 또한 창작소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참여하고 교류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이에 저를 포함한 공동창작소의 역할은 이를 잇는 '가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성심껏 열의를 다할 생각이고 이미 몸소 실천 중입니다.

그 실천을 단편적으로 전하자면, 이번 한복 패션쇼에서 전통·현대·퓨전·궁중 네 가지로 스토리를 나눠 담아냈습니다. 이는 앞서 말한 그동안의 저의 경험과 제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를 일정 부분 녹여 낸 거죠.

다른 예로 제가 국악 전공이다 보니 그동안 작품 한복 착용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복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이해도 형성된 편입니다. 이 때문에 한복 제작 과정에서 관내 3명의 한복 장인과 아이디어 공유 등 소통도 원활했습니다. 어쩌면 한복 장인들께서 인자한 성품으로 저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예쁘게 봐주셨던 거 같기도 합니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 또는 목표.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 연구원으로서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많은 사업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문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분들까지 찾아오셔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지역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양산시가 예술을 품은 '문화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고, 이를 위해 저는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게끔 끊임없이 성장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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