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남민화협회 윤정아 회장

11월, 일본 도쿄서 民gathering전
경남민화협회 정기전, 16~20일

윤정아 원장
윤정아 원장

경남민화협회 윤정아 회장(52)은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미술사 전공)해 민화와 인연을 맺고 경남민화협회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다양한 수업을 통해 후학 양성과 함께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하북면에 위치한 한송예술촌에서 경남민화협회 제4회 정기전인 '나에게로의 초대'展을 앞두고 있는 윤 회장의 인생과 민화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보자. 


너의 노래위에

■민화와 인연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민화에 마음이 끌렸던 것은, 저에게 있어 사회관계에서 빚어진 상처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민화속에는 무한한 자유의 세계가 있고, 꽃과 나비, 자연과 사람 간에 차별이 없는 공생의 관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꾸밈이 없고 그렇기에 순수하고 기발한 발상이 표현된 민화앞에서 무한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현대사회 속에서 제약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무한자유의 민화를 만났을때 해방감을 만끽하게 되는데 민화가 붐을 타는 것도 같은 이유라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민화의 붐을 타고 일부 국내 민화학원에서 민화의 정신과 반대로 역으로 가고있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민화에 매료되어 학원에 등록하여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작가가 되는 과정속에서 민화속에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요소가 무수히 많다는걸 깨닫게 되습니다.
민화를 어떻게 미학적으로 읽어낼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은 정확히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민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결국 미학을 알아야 했고, 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다시 서양미술을 비롯한 세계의 미술과 지구상에 이름을 남기고 떠나 갔던 작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민화 전시회와 개더링에 대해.
일본인 지 기미코 작가와 공동 리더인 民gathering(민게더링)이 추구하는 방향은 거창한 전시나 화려한 모임이 아닙니다.
저의 문하생과 지 기미코 작가의 문하생들의 모임 이름을 민개더링이라고 정했으며 민화의 정신에 입각해서 자유로이 작업하고 1년에 한번 교류를 가지는 모임입니다.
민화를 단순히 모방하여 따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화의 조형성과 미학을 음미하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첫 전시 모임에서 내가 준비한 '민화 용어'와 '미화의 미학 개념'에 대해 발표할 생각입니다.
현재 한국의 민화계 일부에서는 '민화'라는 용어를 없애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것은 민화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민화용어가 나오게 된 경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민화의 미학개념이 잡혀있지 않은 탓도 있다고 봅니다. 민화의 미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창작민화'가 진행되다보니 갈 길이 아직 너무 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화계 당면과제는 민화의 미학개념을 잡는 것입니다.
민화의 미학적 개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민화는 마음의 자유에 의지한 그림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 기미코씨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민화작가인데, 인스타를 통해 그의 작품을 알게 되어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한국인이라 어느 정도 대화가 되어 일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도쿄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기미코씨의 소개로 잴러리 윈양에서 진행됩니다. 갤러리 윈양은 한인이 운영하는 장소이며 이곳에는 민화를 비롯한 한국 전통 공예품이 상설 전시되기도 하고, 또 한국음악과 무용등 다양한 한국문화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갤러리 윈양과 연결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도와준 지 기미코씨에게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전시하는 작품 주제와 알리고 싶은 메세지가 있을까요.
집에 방 한칸을 작업실로 만들었습니다. 제 자신과 저와 얽혀있는 사람, 특히 어린시절 가족들의 관계가 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 아픈 기억, 행복했던 기억을 민화속에 녹여내고 있으며 결국 제 자신의 작품활동은 자아를 찾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자화상을 그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분들의 대다수가 그렇듯, 그림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나 자신을 찾기도 하고, 남모르는 가슴 속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도 합니다. 또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통해 가졌던 그러한 일련의 시간들을 전시를 통해 갈무리하듯 매듭을 짓고, 그 시간속의 가장 소중했던 주인공인 바로 '나'를 초대하여 스스로를 위로하는 의미를 가지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크게 3개로 계획했습니다. 먼저 '나에게로의 초대전'에는 협회 모든 회원의 자유작품 2점씩을 전시합니다.
두번째로 '모사공의 그림, 현상모사의 세계전'에서는 한국회화류 문화재를 현상모사한 작품 10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세번째 '민화, 일본으로 가다' 전시에서는 오는 11월 일본 도쿄에서 가질 교류전에 선보일 작품은 총 30점입니다.
작품에 관한 특별한 특징은 솔직히 없습니다. 협회원 대다수가 아직 배우는 단계의 아마추어 수준이고, 서로가 준비한 작품을 통해 선한 영향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민화가 다소 미술 장르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이에 대해.
이것 역시 현재 국내 민화지도자들과 민화학원의 선생들 탓이라 생각합니다.
또 미술장르로 인정을 하지 않는 그들도 문제다. 미학을 모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민화속에는 원근법을 탈피한 4차원의 세계가 있고, 피카소보다 100년을 앞 선 큐비즘이 있습니다.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이 있고, 몬드리안의 신표현주의의 한계를 넘은 비전이 고스란이 있어 무한자유의 기발한 표현과 개성이 넘쳐납니다.
이것은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개화기에 서양미술을 도입시켜 우리미술의 현대화를 실현해 나갔지만 이미 민화속에는 현대화에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읽어내지 못한 미술계의 안목때문이라고 봅니다. 대학의 한국미술사 시간에 민화에 대한 설명이 고작 한 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내용은 '서민이 그린 그림' '무명작가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 뿐.
이에 민화가 미술장르로 인정을 못받는 가장 큰 이유 세가지를 들자면 서민 혹은 무명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한 이유가 첫번째이고(비너스 조각을 무명작가가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가? 옛날 모든 예술작품에는 작가 이름을 쓰지 않는 무명작가였다) 제도권으로 넣지 않는 우리 미술계 학자들의 미학적 안목 결여가 두번째이며 현 민화계의 피라미드 상승 구조가 세번째라 봅니다.

■일반적으로 민화라 함은 다소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민화란 무엇일까요.
민화가 어렵다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궁중회화적인 요소를 끌어들인 탓입니다.
궁중회화는 엄격한 교육을 통한 화원들의 그림이기에 선, 색, 조형이 한치 흔들림 없이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화는 엄격함과는 반대인 자유분방한 마음의 그림이기 때문에 내 마음에 의존해서 자유분방하게 그린다면 어렵다기 보다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마음가는데로 자유분방하게 분출하면 되는 것이기에 분출을 시키지 못하는 억압된 마음이 어려운 것이고 잘그리고자 애쓰는 눈치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을 벗어나 내 마음의 자유분방함을 찾는다면 개성만점의 그림이 나올 것이고 그 부분은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민화는 차별받아 온 피지배층의 그림이 아니라 인간 본래의 자유분방함이 있는 그림으로 해석을 해야 민화의 美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서민들을 위한 그림, 서민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 미학적 민성을 가진 사람,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물들지 않은 사람이 그린 작품이 민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속이 없는 자유로움, 다르기 때문에 평등한 상태가 미학적 민의 상태인 것입니다.
특별한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적인 본능을 가진 누구나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작품을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민화를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린 시절 꿈이 궁금합니다. 현재 또 다른 꿈이 있다면.
꿈은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지금도 음악을 사랑합니다. 작가가 된 사연은 우연히 민화를 접하면서이고 늦었지만 내 운명인가 싶어 열심히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내력을 보자면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외가 쪽에 친척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피를 물려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작년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전시 제목은 말했듯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선상에서 '나에게로의 초대'로 였는데 전시제목은 앞으로도 당분간 반복할 생각입니다.
전시 때마다 느끼는 점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부족하다는 것은 내 자신의 내면을 좀 더 솔직히 표현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면을 솔직히 분출해 낼 용기가 없다는 뜻일수도 있겠습니다. 앞으로의 작업은 예쁘게 꾸며진 작품보다 내면을 분출하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여건이 되면 일본이나 멀리 유럽에 가서 한 3년 살면서 그 나라의 미술을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정주부로써 지금은 생각만 있을 뿐입니다.

■현재 양산의 민화 예술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양산의 예술인과 어느 누구도 교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느낌적으로 몇몇 보게되는 작품을 보았을 때 수준이 아직 많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세대 민화작가들이 민화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은 인정하지만 영향받을 만한 긍정적인 인물은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민화 원화에 의지해서 독학했고, 민화를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중간중간 강가의 나룻배처럼 가르침을 준 사람들은 몇몇 있었습니다. 그들은 작가가 아니었고 컬렉터들이었으며 그들의 충고를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학관련 책들이 내가 민화를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스승이자 가르침들이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좋은 스승을 만나고 싶고 또한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최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희망사항, 작품 활동 방향에 대해.
짧은 기간이지만 9년 동안 민화를 美적으로 느끼고 감상하는 글을 모은 '민화, 미학적 안목으로 감상하기'(가제)라는 책을 출간 준비중이며 내년 초에 발간 준비중에 있습니다.
민화를 애완하는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민화의 미학적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이 개념이 정립되지 않으면 목적지 없이 여행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민화가 어떤 그림인지 모르면 내가 어떤 개념으로 창작을 해야 할 지 모르는건 당연합니다. 길상, 벽사, 복 등의 상징성만으로 민화를 설명한다면 민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단지 서민이 그렸다고 단정짓기에는 민화에 걸작이 너무 많습니다.
민화의 미학적 개념은 '마음의 자유에 의지한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야나기는 이를 두고 타력미라고도 했습니다. 이 자유로움은 궁중회화와 구분되는 주요한 지점이라고 말 해 두고 싶습니다.
'철저한 분업과 계획'으로 작업된 궁중회화와 '자유분방한' 민화는 미학적 개념부터 다릅니다.
그래서 나는 궁화와 민화는 철저히 구분되어야 된다고 보는 1인이다. 민화의 화조, 산수, 인물, 영모화 등은 동양화의 준법 공식과 기존의 관습에서 완전히 탈피한 작가 개인의 미감이 여실없이 드러난 자유분방한 개성 만점의 그림입니다.
이 부분은 바로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민화가 대단하다는 것은 바로 이것을 가지고 있음을 말합니다.
마음의 주인으로 마음대로 그렸기에(개성을 중시하는 현대미술), 이러한 위대한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기법과 형태만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은 민화의 정신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작품을 산다는 것은 그 작가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민화를 통한 '창작'을 위해서는 내 삶과 민화의 연계점이 무엇인지 철저히 짚어보고 독창성의 3요소인 개성, 시대성, 민족성이 반영된 작품을 민화와 버무려 완성할 때 위대한 현대민화가 탄생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러한 민화의 정신에 입각하여 전통민화를 근간으로 자유분방하게 그리고 탄탄하게 그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창작이란 깊이 사색하고 오랜 몰입을 통해서 이루어 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것이 되지 않으면 쉬이 창작을 시도하지 말라고 회원들에게 말합니다.
이번 전시에 창작물이 많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남민화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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