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장터2길 14 TEL: 055-366-4511)

은행 업무가 있어 남부동에 갔다가 대학 동기 정희의 중학교 친구가 남부시장에서 콩국을 판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남부시장의 가게를 찾아가 보았다. '분명 큰 신발가게 맞은편이라 했는데...' 하면서 두리번거리던 중 "커피랑 과일이랑"이라고 적혀있는 오래된 간판 아래에 사장님이 손수 적은 듯한 "콩국, 옥수수, 얼음 식혜" 펫말이 눈에 띄였다. "아! 이 집이구나!."하며 매대 앞으로 가까이 가니 콩국이 담긴 페트병이 아이스박스 안에 진열되어 있었고, 딱 봐도 내 또래로 보이는 여사장님이 앉아계셨다.

나는 콩국 한 병을 계산하면서 정희 친구라고 말을 하니, 그녀는 반기면서 우뭇가사리가 들어간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 한 잔을 맛보라며 따라 주며 잠시 앉을 곳을 내어주었다.

그녀는 가게를 한지도 벌써 20년이라 했다. 처음에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커피와 음료 장사를 시작했는데, 장사가 너무 안되어서 '양산 상인들은 왜 커피도 안 마시는 걸까...' 생각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남부시장은 특이하게도 각 상가들 내부에 취사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 스스로 커피를 타 먹고, 음료도 알아서 마시고 계시더라면서 그래서 품목을 바꾼 것이 유자, 생강과 생강즙, 콩국과 옥수수 등 건강식품이었다고 한다. 아. 그제서야 나는 진열된 상품과는 다른 생뚱맞은 간판이 이해가 갔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시작하다가 현재는 혼자 하고 있었다. 좋은 재료로 직접 정성스레 만들어 음식의 맛과 품질은 자신하였다.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일 문을 연다고 하는데, 어떻게 쉬는 날 하루 없이 일을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다. 본인은 20대 초반 시절에 너무 잘 놀고 여행도 많이 다녀봐서 그런 것에 대해서는 하나도 부럽거나 아쉽지가 않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와 있으면 뭐라도 하나 팔 수 있으니까, 쉬더라도 가게에서 쉰다고 한다. 나와 같은 또래임에도 일에 대한 자부심과 근면 성실함에 존경심이 들었다.

주력으로 팔고 있는 생강은 안동에서 좋은 생강만 선별하여 가져오는데, 생강은 살균역할이 있고, 몸속의 염증을 가라앉히며, 혈액 순환을 재촉하여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나도 요즘 말린 생강을 다려 우려낸 물을 섭취 중이라 귀가 솔깃했다. 어느새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사이에도 여러 손님이 다녀가 이미 콩국도 다 팔렸다. 조금 같이 앉아 있어 보니 손님을 위해 정성스레 만든 식품이 모두 다 팔릴 때의 뿌듯함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런 맛으로 장사를 하나 보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는 몸을 금방 지치게 만들고 입맛도 쉽게 떨어뜨린다. 이럴 때 시원하게 별미로 먹을 수 있는 콩국 한 그릇 어떨까 싶다. 여기 "커피랑 과일이랑" 가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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