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생태 환경 숲길은 '웰니스 문화 숲길'이다

천성산 자락 평산마을 뒤에 있는 편백 숲 군락지.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 격려금으로 당시 마을이장이 앞장서 주민들과 함께 심었다.

 

지난주 토, 일요일(24.3.9~3.10)은 걷기 2급 지도자 교육을 다녀왔다. 한국 걷기 과학학회와 재단법인 대한걷기연맹(KWF) 밀양지회에서 진행한 이틀간의 교육은 너무나 유용하고 유익한 교육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자연이 종합병원이요, 우리들의 두 다리가 의사입니다!"라고 하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우리가 바른 걸음을 통해서 고치지 못할 병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는 유익한 교육이었다.

요즘 탄소중립이 핫 이슈이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 활동에 의해 더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 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특정 기간에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탄소중립이 달성된다.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촌 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녹색성장은 지구촌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한다는 국가 비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천성산을 비롯한 생태 숲길의 활성화 사업도 우리의 건강은 물론 탄소중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 보호 그리고 녹색성장과 관련된 일이다. 생태 숲길 걷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많다. 숲길을 걸으며 하는 명상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 중 하나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걷는 동안 명상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태 숲길 걷기는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걷기 활동으로, 개인의 육체적인 건강 증진, 정신적인 건강 개선, 환경 보호, 사회적 결속력 강화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환경친화적인 웰니스 삶인 것이다.
 

편백숲 사이에 활짝 핀 진달래꽃이 이미 봄이 왔음을 알려 주고 있다.

■ 코스 구성을 끝내고 서울로 가다

'제1회 천성산생태숲길전국걷기축제'를 위한 3개의 코스 구성을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산악인을 위한 코스인 1코스 유라시아 일출 코스, 불교문화를 나타내는 2코스인 유라시아 월출 코스, 가족 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3코스인 청산산 둘레길 코스로 결정하였다. 각 코스의 운영과 안전을 담당할 팀장 선정도 순조롭게 마무리하였다. 1코스 팀장에는 황용순(현 코스 총괄), 2코스 팀장 이성호(당시 천성문화포럼 의장), 3코스 팀장에는 김근우 대장이 맡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세 개의 코스를 마무리 짓고 축제 운영과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 추진하는 천성산 전국 걷기 축제를 성공리에 치르기 위한 기준을 나름대로 설정하였다. 첫째는 참가 인원수였다. 최소한 2천 명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둘째는 산을 걷는 행사이기에 부상 등 안전사고를 방지해야 하고 혹 부상 또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 마련이었다. 특히나 많은 인원이 참여하기에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셋째는 전국걷기 축제다운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라시아 첫 일출의 천성산,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천성산, 생태 자연이 아름다운 천성산의 걷기 축제에 어울리는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을 명예 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걷기 축제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희종 위원장님(현 양산시 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과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차용한 산악인과 함께 의견일치를 본 허영호 산악인을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에베레스트는 물론 3극점을 도보로 탐험한 세계 최초의 산악인 허영호와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최오순을 함께 이번 축제에 초청하게 된 것은 축제의 의미를 더하는 것이었다. 유명 산악인을 초청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유라시아 첫 일출의 명산인 천성산, 양산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천성산 생태 숲길 전국대회, 그리고 축제의 주최를 맡은 본 연구원도 처음으로 진행하는 행사였다. 참여하는 산악인과 천성산의 명성에 걸맞게 처음이지만 준비하는 준비위원의 열정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 축제위원회가 결성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번 축제가 자라나는 후세대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들의 열정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었다.

두 산악인을 만나기로 한 2023년 6월 17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서울로 출발하였다. 출발한 서울행 도로는 아직은 이른 새벽이라 한산했다. 함께 출발한 이희종 축제위원장, 황용순 1코스 팀장 모두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약간은 흥분된 기분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기대 가득한 천리길을 쉬지 않고 달렸다.
 

천성산전국걷기축제의 제2코스 하산 부분에 있는 주진소류지와 숲길
2023년 6월 17일 서울 북한산 입구에서 (왼쪽부터 산악인 최오순, 이희종 위원장, 산악인 허영호, 필자, 황용순 팀장)

■ 산악인의 로망, 북한산을 오르다

북한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황용순 팀장과 교대로 운전을 한 덕분에 힘들지 않게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였다. 차용한 산악인은 하루 먼저 출발하여 허영호, 최오순과 함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 두 분을 만나 인사 나누는 자리가 화기애애하였다. 처음 만나는 것 같지 않고 편안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영하 50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서 남·북극을 거의 1백일을 탐험했던 허영호 대장의 마음 모양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다. 어떤 마음으로 혹한의 날씨 속에서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며 탐험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함께 간 대원들 모두 동상하나 걸리지 않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그 힘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성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 성공한 최오순 산악인의 이미지도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이었다.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 8,848m를 올랐던 결기는 또 무엇일까 하는 수수께끼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서두르지 않는 마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모두가 생사를 함께한다는 마음이 뭉쳐 이루어 낸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초여름의 무더위가 막 시작되는 6월,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의 무더위는 북한산도 예외가 없었다. 다른 산과는 달리 우거진 숲 밑 그늘로 오름길이 펼쳐져 있었지만, 땀방울은 연신 눈으로 목으로 타고 흘러내렸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로 소개하고 있었다. 둘레길은 71.5km 중 서울시 구간과 우이령길을 포함하여 2010년 9월 7일 45.7km를 개통하고 2011년 6월 30일 나머지 25.8km 구간을 개통하였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어 걷는 둘레길은 물길, 흙길, 숲길과 마을길 산책로의 형태에 각각의 21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둘레길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보존하는 길, 그리고 역사와 문화,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이것은 본 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방향과 같아 좋은 탐방이 되었다.

북한산 둘레길의 이름도 소나무숲길, 순례길, 솔샘길, 명상길, 평창마을길, 옛성길, 내시묘역길, 효자길, 충의길, 우이령길 등등 21개의 코스가 만들어져 있었다. 거리와 난이도별, 그리고 역사·문화를 아우르는 스토리 텔링이 구성되어 있는 북한산을 왜 산악인의 로망이라고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백운대로 오르는 길 오른쪽에는 인수봉이 둥근 바윗돌로 자리하고 있었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등반가들에게 참으로 멋진 산이 아닐 수 없는 것 같았다. 북한산을 찾는 이들의 관심과 기호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 둘레길은 다양한 주제와 레져·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이루어져 그야말로 범국민적인 생태숲이 아닐 수 없었다.

허영호·최오순 산악인과 우리 일행은 함께 북한산을 오르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짧은 듯한 시간이었지만 산에 관한 이야기, 탐험 이야기 그리고 천성산 축제에 관한 이야기 등 나눌 수 있는 얘기는 모두 스스럼없이 나누었다. 산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평생을 살아 온 사람답게 여유로움과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걷기 축제에 관한 세세한 부분까지 경험을 통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보니 정상인 백운대에 도착하였다. 백운대의 국기봉에서 휘날리는 태극기가 아름답게 보였다. 그리고 더욱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 북한산 등반이었다. 국가대표 산악인이 천성산 걷기 축제에 참여하여 양산시민과 참가자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매력적인 축제임이 틀림없다. 성공적인 걷기 축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양산으로 내려오는 길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천성산전국걷기축제의 제2코스 중간지점의 미타암. 원효대사가 천성산에 창건한 89암자 중 대표적인 사찰이다.

■ 천성산 생태 숲길은 '웰니스 문화 숲길'이다

산림청에서 정하고 있는 숲길의 종류는 몇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등산로로서 산을 오르면서 심신을 단련하는 활동(이하 "등산"이라 한다)을 하는 길. 둘째, 트레킹 길로서 길을 걸으면서 지역의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경관을 즐기며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이하 "트레킹"이라 한다)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세분하면 둘레길로서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도록 산의 둘레를 따라 조성한 길이 있고, 트레일로서 산줄기나 산자락을 따라 길게 조성하여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 등이 있다. 셋째, 레저스포츠(이는 "산악레저스포츠"라 한다)를 하는 길. 넷째, 탐방로는 산림생태를 체험·학습 또는 관찰하는 활동("탐방"으로 표현한다)을 하는 길. 다섯째는 휴양·치유 숲길로서 산림에서 휴양·치유 등 건강증진이나 여가 활동을 하는 길로 구분하고 있다.

위 구분에 따르면 천성산 생태 숲길은 어느 한 가지로 특정해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트레킹 길과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탐방로, 그리고 휴양·치유 숲길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많은 장점과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천성산의 '생태 숲길'을 '웰니스 문화 숲길'이라는 것으로 함축하여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즉 '웰니스 문화 숲길'은 웰니스, 문화, 그리고 역사, 탐방, 휴양, 치유를 결합한 산책로를 말한다. 이는 건강과 휴식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경험과 역사적인 이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장소이다. '웰니스 문화 숲길'은 주변 자연환경과 함께 문화유산이나 역사적인 유적지, 박물관, 전통 사찰 건축물 등을 살펴보는 것도 포함할 수 있다. 숲길을 통해 걸으면서 휴양과 치유를 할 수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동시에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어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편백숲 사이에 활짝 핀 진달래꽃이 이미 봄이 왔음을 알려 주고 있다.
편백숲 사이에 활짝 핀 진달래꽃이 이미 봄이 왔음을 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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