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군기지 안팎에서 일어나는 휴먼 스토리

감독 : 프레드 진네만

출연 : 버트 랭카스터, 몽고메리 클리프트, 데보라 카, 프랭크 시나트라, 도나 리드, 어네스트 보그나인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향상, 촬영상, 편집상

줄거리 : 1941년, 프루잇은 군 부대 전속을 요구해 결국 하와이에 있는 스코필드 기지로 간다. 새 지휘관 다나 홈즈 대위는 그의 권투 솜씨를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중대를 대표해 시합에 나서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프루잇은 단호히 권투를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홈즈 대위는 부하들에게 그를 최대한 괴롭히도록 시킨다. 한편 워든 주임상사는 부부사이의 문제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중대장의 부인과 밀회를 시작한다. 프루잇의 친구 마지오는 새디스트인 ‘팻쪼’ 주드슨 상사와 몇 번 실랑이를 벌이고, 프루잇은 주점의 종업원 로레인과 사랑에 빠진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진주만에 대한 일본군 폭격기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데.


■ 진주만 공습 직전의 하와이
1953년이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이 막 끝나 휴전선이 만들어진 때이고, 서방으로 치면 지구촌을 엄청난 전란 속으로 몰아 넣었던 2차 세계대전이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계기로 일본이 항복하면서 종전이 된 지 불과 8년 만이다. 이미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군수산업의 급성장으로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루고 바야흐로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향락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헐리웃은 10년도 되지 않은 전쟁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장차 쏟아져 나올 전쟁 관련 영화 붐을 선도하는 듯 보였다.

이 영화는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하기 직전의 하와이를 무대로 만들어졌지만 사실 전쟁의 플롯은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평상시와 가까운 평화의 시대에 멀리 떨어진 폐쇄된 군 부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다툼과 의지, 신념 등을 그린 휴머니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 버트 랭카스터의 매력
1950년대 미국 영화의 히어로 중 한 사람인 버트 랭카스터와 고뇌의 지식인, 반항아로 인식된 몽고메리 클리프트, 그리고 헐리웃의 트러블 메이커였던 프랭크 시나트라가 트리오를 이루어 다양한 사나이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하이 눈>과 <자칼의 날>의 감독으로 유명한 프레드 진네만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명장으로 이 영화로 두 번째 오스카를 손에 넣었다.

체조를 잘 해 서커스단 곡예사를 하기도 했던 버트 랭카스터는 잘 생긴 외모와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처음에는 액션극과 서부 영화의 단골 주연배우였으나 점점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성격 배우로 자신을 혹독하게 조련하였다. 독학으로 연기를 배운 그가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 영국아카데미 등 3개 메이저 연기상을 탄 배우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 하겠다. 그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쿠데타로 정부 전복을 꿈꾸는 카리스마 넘치는 합참의장 역의 <세븐 데이즈 인 메이, 1964>와 나치 독일 시대 존경받는 법조인에서 전범으로 재판을 받는 <뉘른베르크의 재판, 1961> 등이 있다.

​■ 1960년대 히어로, 몬티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프루잇 역에 깊숙이 빠졌다. 그래서 더빙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팔 부는 것을 배우고 복싱 레슨을 받았다. 영화 기획 단계에서 제작자 해리 콘은 “군인도 아니고, 복서도 아닌 것이 아마 동성애자같은” 프루잇 역에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캐스팅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프레드 진네만 감독은 그 없이 촬영하기를 거부했다.

‘몬티’라는 예명으로 불렸던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우수에 찬 눈빛 하나로 당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나친 음주 문제로 늘 촬영장 주변을 피곤하게 하긴 했어도 감독들이 인정하는 연기를 펼치는 몽고메리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술과 관련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남기곤 했다. 알콜 의존으로 대사를 잘 외우지 못해 애드립으로 연기를 하곤 했지만 이 영화를 비롯해 네 번이나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프랭크 시나트라, 그리고 작가 제임스 존스는 엄청난 폭음을 같이 즐기면서 촬영 기간 중 아주 친하게 지냈다. 버트 랭카스터와 클리프트가 길거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랭카스터는 그러지 않았지만 클리프트는 진짜 취했었다.

지금은 고전이 된 해변에서의 정사 씬은 거기서 일어나는 것으로 씌여지지 않았다. 파도가 그들을 덮치는 아이디어는 마지막 순간의 영감으로 진네만 감독이 생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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