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제3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공실의 기간을 두지 않고,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매매잔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중개실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등기부상 소유자는 아니지만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이 경우 두 가지가 문제된다. 임대인을 누구로 특정할 것인가와 이미 체결된 매매계약이 해제될 경우의 문제다.

첫째, 매도인을 임대인으로 한 경우, 매매계약과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임차인은 입주하고 전입신고(이하, 대항요건=입주+전입신고)도 마쳤다. 그런 후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면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고 임차보증금 반환채권도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며 매도인의 보증금 반환 채무는 소멸한다(대법원 1993.7.16 선고 93다17324 판결). 그러나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에 소유권이전 된 경우에는 임차인의 임차권이 매수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승계의 전제 조건은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동시에 한다 해도 소유권이전등기는 접수 한 때 효력발생하고, 임차인의 대항요건 효력은 다음날 '0'시에 발생한다. 이런 경우라면 소유권이전 후 매수인과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둘째, 매수인을 임대인으로 한 경우, 매매계약의 이행(분양아파트로 계약금+중도금+입주금은 지급하였으나, 분양사가 융자받은 국민주택기금의 명의변경과 소유권이전등기 하기 전)으로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주택의 임대권한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부여받았다. 그런 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임차인은 대항요건을 갖추었다. 그 후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주택을 임차하여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하므로 임대근원의 바탕이 되는 매매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의 명도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다65617 판결)'고 판결했다.

매수인을 임대인으로 한 또 다른 경우는, 빌라 매수인이 매매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매도인으로부터 임대할 권한을 부여받아서 임대했고 임차인은 대항요건을 갖추었다. 그런 후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 원심 법원은 위의 판례 법리대로 임차인은 매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매도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의 해제를 해제조건부로 전세 권한을 부여받은 매수인이 주택을 임대한 후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이 해제됨으로써 해제조건이 성취되어 그때부터 매수인이 주택을 전세 놓을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면, 임차인은 전세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과 마찬가지로, 매도인의 명도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1995.12.12 선고 95다32037 판결)'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매매계약 내용에 대한 증거와 증인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매매계약이 해제조건부 계약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해 보면, '매도인은 매수인이 잔금지급하기 전에 임대하는 것에 동의한다. 단,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임대차계약도 무효가 된다' 이다. 매수인과 임대차계약 할 때는 매매계약 내용도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매도인을 임대인으로 특정하면 대항력이 문제가 되고, 매수인을 임대인으로 특정하면 매매계약이 해제될 때 문제가 된다.

임차인은 등기부상 소유자인 매도인과 임대차계약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팔고 나가는 매도인이 새로운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사실관계를 특약으로 기재해야 하고, 덧붙여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연대해서 손해배상을 부담한다고 기재해서 책임감을 갖게 해야 한다. 임차인 보호를 최우선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가건물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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