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문재인정부의 20번째 부동산대책이 조용히 발표됐다. 정부 대책 발표를 두고 ‘조용히’ 라는 부사가 적절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전처럼 서울 강남 집값이 상승했다거나, 전국의 부동산시장이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여당압승’으로 끝난 4‧15총선의 여세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서울 강남 뿐 아니라 전국 집값이 하락하거나 조정 받는 상황에서라 더 그렇다. 전후좌우의 긴박함 속에서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여느 대책과는 다른 시점, 다른 대책 내용인 탓이다.

이번 「5‧6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은 부동산 발 특정 악재에 대한 이전 문제 해결식대책과는 결이 다른 대책이다. 그러나 이때를 통해 대책을 발표한 것 역시 정부 나름의 계획의 연장선일 듯싶다. 왜냐하면 대책 내용이 그 동안의 정부 대책에 대해 반복적으로 요구되어 왔던 공급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호 부지를 추가확보하고 2023년 이후 수도권에 연평균 ‘25만호+α’ 수준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조합갈등,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정체 중인 재개발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공공재개발 등 공공성을 강화한 정비사업(4만호)과 준공업지역 등 유휴 공간 정비 및 재활용(1.5만호), 국‧공유지와 공공기관 소유 부지 등을 통한 도심 내 유휴부지(1.5만호) 이외 기존 수도권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등을 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5‧6부동산대책’은 공급 대책을 통해 향후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정부 부동산관련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대책의 공간적 대상은 애초부터 서울 강남이었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강남 집값은 꾸준히 상승했고 상승 모멘텀를 잡겠다는 정부의 19번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다. 왜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일까?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확대가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트라우마에 따른 것이다. 서울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해 ‘정부의 실패’를 인정했던 노무현 정부 때 비서실장이 바로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따라서 문재인대통령에게 ‘강남 집 값’은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잡고 싶은 시장(market)인 섬이다.

따라서 이번 부동산대책의 배경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 대상은 정부의도대로 통제되지 않는 서울 강남 시장이다. 이것을 잡겠다고 19번의 대책을 강구했다. 그런데 여전히 불안하다. 19번째 대책을 발표하기 까지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왔던 것이 서울 재개발‧재건축 규제 등으로 인한 ‘주택공급 부족’ 문제였다. 수요가 있는 강남에 공급하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강남 발 가격 상승 가능성’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이면에는 바로 서울 강남 재개발‧재건축 수요를 서울 안 또는 수도권에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동산개발 사업이라고 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철도기지창 부지에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 건설 등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남 수요를 어떻든 서울 내 용산으로 분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이번 대책에서 지방은 빠질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방 시장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특별한 이슈도 없다. 시장의 불안 요인이 없으니 굳이 정부가 나서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는 지역경제 상황을 악화시켜 지역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킬 것이 분명하다. 구축 시장에서의 거래부진과 신규 분양시장에서 (프리미엄)분양권 전매에 대한 기대감 상존이라는 양극화된 시장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구조적인 문제가 노정될 것으로 보이는 지방 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역 없는 중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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