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역사 100년만의 경사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오스카)상을 4개 부문이나 석권했다. 기생충은 한국 스토리텔링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일대의 사건임에 분명하다.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계급 간의 갈등과 차이를 관객입장에서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페이소스 짙은 명장면들을 주옥같은 대사들과 함께 맛나게 만들었다.

영화 속 기우(송강호(기택) 아들 역)는 현실에서는 반지하에 살지만 운좋게 사장집 영어 과외선생을 하면서 ‘돈 벌어 수십억대’사장 집을 살 것이라고 얘기한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이전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계급’을 다룬다. 다름 아닌 ‘사회적 계급’이다. ‘윗칸(지배층)’과 ‘아랫(꼬리)칸(피지배층)’으로 구분되었던 설국열차에서의 계급과 마찬가지로 영화 ‘기생충’도 소위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을 대변한다. 이들의 ‘사회적 계급’은 다름 아닌 현실 속 ‘부동산계급’이다. 상위계층은 멋진 사장집 단독주택을 배경으로 하며, 하위계층은 다세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한다.

멋있는 사장 댁 단독주택은 실제로 서울시 성북구 평창동 고급단독주택이 공간적 배경이다. 포털에 ‘평창동 단독주택’이라고 검색하면 대략 20억이 넘는다. 영화에 나오는 단독주택이 이름난 건축가인 ‘남궁현자’교수의 건축 작품이라는 점에서 실제 현실에서 거래된다면 가격은 3~40억대를 훌쩍 웃돌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송강호(기택)가 사는 곳은 반지하 다세대주택이다. 반지하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영화 속 공간은 서울시 서대문구 아현동 환일1길 주변이다. 현재는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화처럼 비오면 물에 잠기는 침수지역은 아니다. 전세는 3~4천만원, 월세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60만원 수준이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만큼 집값이 차이난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 1,216만원(2020년 1월 기준)이다. 그러니 영화 기생충 속 사장 댁은 서울의 웬만한 고가아파트보다 작게는 3배, 크게는 6배 정도 비싼 단독주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북의 단독주택이 강남의 아파트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희소가치를 인정하지 않을래야 인정 할 수밖에 없다.

2020년 2월 현재 경남 양산시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 9,741만원이다. 부산시 아파트 평균가격이 3억 3,003만원, 울산시 아파트 가격이 2억 5,831만원,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9억 4,732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그러나 지역 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이 금액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일 수 있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서울 등 타지와의 상대 비교로 무조건 낮다고 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비교했을 때 씁씁하게 남는 개운하지 않는 뒷맛은 무의식 속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이후에도 서울 이외 수도권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생기면서 2월20일 19번째 대책을 발표했다. 역시나 서울 강남발 상승세가 수도권까지 확장되는 국면에 대한 사후약방문식 조치였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발표한 대부분의 대책들이 서울 강남 집값 잡는데 목적이 있는 반면, 지역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별 무관심인 듯 하기 때문이다. 오르는 강남 집값은 잡으려고 애쓰는 반면, 떨어지는 지방 집값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냐는 상대적 박탈감인 셈이다.

서울(강남)‧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서울‧수도권 사는 분들은 모르는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의 좋지 않은 감정이다. 기분 나빠서라도 비교하면서 살고 싶지 않은데 TV 등 언론을 통해 나오는 떨어지기만 하는 지역 집값을 보면 기분 언짢은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방 거주자들이 느끼는 동병상련이자 인지상정이다. 집값 격차만큼 꼭 부동산계급 같기 때문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주택ㆍ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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