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윤 양의 어머니는 서창시장에서는 제법 유명한 '또순이 아줌마'입니다. 자갈치 산곰장어집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지난해 춘해보건대를 졸업한 모윤은 그동안 마음뿐이었던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외가식구들과 함께 가는 해외여행으로 풀어드리려는 계획을 세워 준비해 왔습니다. 다행히 국가고시인 언어재활사 2급 자격증도 취득해 홀가분해진 모윤은 드디어... <편집자 주>

2020년 새해가 되면서 올 한해는 어떤 추억들로 채워나갈 지 매우 기대가 되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1월이 가고 따뜻한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2월을 색다른 여행을 통해 특별한 추억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는 국내, 해외 여행을 같이 가 보았지만 엄마, 이모, 이모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는 처음으로 여행하는 거라서 고민도 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색다른 추억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월 1일.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하루 먼저 인천으로 떠났습니다. 떠나는 KTX 안에서도 내가 가서 괜히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과 가족들과 처음가는 해외여행의 설렘이 함께 자리잡았습니다. 그렇게 인천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른 아침 저희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 오랜만에 본 엄마의 미소
패키지 여행은 처음 가는 거라 낯설기도 했지만 유쾌하신 가이드님을 만나서 기분 좋은 긴장감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을 갖고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1시간 15분 동안 비행 후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두 번 갔었지만 후쿠오카는 처음 가는 거라 마냥 신기하고 설레였습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마메다마치라는 관광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자유시간을 받고 엄마와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파는 특산품도 시식하고 구경하면서 걱정보다는 즐거움과 설렘이 제 마음에 더 가득차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첫 날에는 온천이 주 목적이라 일찍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일본 전통 느낌이 가득한 산 속에 자리 잡은 호텔이라 조용하고 공기도 맑았습니다. 엄마와 가족들과 함께 호텔을 구경하면서 휴식도 취하고 온천도 즐기며 한국에서 가졌던 고민들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도 먹으면서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엄마의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 미소를 보자마자 나까지 덩달아 환한 미소가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무리하며 일본에서의 둘째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날은 벳부와 유후인으로 이동하여 유황 온천에도 가고 귀여운 물건들이 가득한 거리도 구경하고 후쿠오카에 대표 쇼핑센터인 캐널시티에 가서 쇼핑도 하고 가이드님 없이 직접 저희가 음식점도 찾고 주문도 직접 해서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와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기 전 엄마는 여행에 대한 매력을 느끼시지 못하셨습니다. 늘 제안이 들어와도 가게를 지키기 위해 거절하셨고 특히 서창 장날이 열리는 4일, 9일에는 어떤 스케줄도 잡지 않으시며 가정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엄마에게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아빠는 친구분들과 국내여행, 해외여행도 다니시는데 엄마는 늘 거절하고 가게에만 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장날이 포함돼 있었지만 엄마께서는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저는 엄마의 그 결정을 듣고 기쁘기도 하였고 그 결정이 얼마나 큰 결정인지 알기 때문에 엄마에게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으며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함께 보내면서 저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항상 제가 엄마에게 의지하고 기대었는데 해외에서 엄마가 저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언제나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는 딸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늘 큰 산을 넘어갈 때 언제나 뒤에서 제가 다치치 않게 넘어지지 않게 포기하지 않게 응원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셨던 엄마에게 반대로 엄마가 큰 산을 넘어갈 때 그렇게 응원해줄 수 있는 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또 다시 자리한 목표와 설렘
엄마가 지으신 그 환한 미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에 또 여행 오자고 다음에는 오빠랑 아빠랑 다 같이 오자고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먼저 저에게 말씀하시던 엄마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으로 시작했던 여행이 돌아오는 일에는 또 다른 목표와 추억 그리고 기쁨으로 저에게 남게 되었습니다. 또한 엄마에게는 여행의 매력을 느껴 새로운 설렘의 시작이 되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목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세계지도에 엄마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박 3일 동안 저와 엄마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목표와 설렘을 가지게 되었고 한 걸음 성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언제 여행길에 오를지는 모르지만 엄마와 저는 그 날의 추억들과 설렘을 기억하며 다시 일상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김모윤(서창동)
춘해보건대 졸, 언어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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