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양산은 서울에서도 주목하는 ‘핫플(뜨거운 지역)’이 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신이 나는 종편TV의 많은 정치분석가들의 입에 연일 양산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대선주자급 잠룡들의 등장 탓이다.

‘리틀 노무현’이라고까지 불렸던 민주당의 김두관 의원이 전략공천으로 먼저 양산을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에서도 그에 걸맞는 대진표 작성에 골몰하면서 홍준표 전 당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험지 출마를 종용해 왔다. 그 중 홍준표 전 대표가 공관위 압박에 굴복하는 듯 양산을에 갈 생각이 있다며 자청하고 나섰다. 김태호, 홍준표 두 후보는 오늘 당 공관위 면접심사를 치른다.

둘 중 누가 공천을 받든 양산을은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대결 양상으로 가게 된다. 서울 종로에 이은 빅 매치로 떠오르는 것이다. 한 TV방송에서는 아예 양산을을 ‘정치 2번지’로까지 부르기도 했다. 물론 정치 1번지는 종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관저가 있는 종로가 1번지, 사저가 있는 양산을이 2번지라는 그럴 듯한 주석까지 달고 있다. 이러니 중앙정치판에서 머나먼 남쪽 양산의 정치기상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양산갑에서도 비슷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재선의 미래통합당 윤영석 의원이 단수공천 신청으로 무혈입성하자, 민주당은 이에 맞설 상대로 대외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이재영 원장을 영입해 전략공천으로 내려 보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에도 이런 현상들은 다소 이례적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요, 선거의 꽃은 경선’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 양산은 두 지역구 모두 양대 정당 후보를 경선 절차없이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지역정치판에서 오랫동안 시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거리를 누볐던 지역정치인들의 의지는 한순간에 처참하게 찢기고 말았다. 그러면서 어느 한 곳도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정당 지도부의 눈에는 선거에서의 승리라는 화두 이외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양대 정당 최고의 화두는 ‘낙동강 벨트’다. PK지역(부산과 경남을 아우르는 말)을 사수하거나 잠식하거나 둘 중 하나다. 부,울,경 지역 40개 의석을 놓고 땅따먹기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정권을 두고 대리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와서 그들만의 목표를 위해 시민의 신성한 선거권을 담보로 잡고 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큰 싸움판은 승자의 영광과 이득이 큰 만큼 패자의 상처도 깊을 수 밖에 없다. ‘험지’라는 말이 승산이 없다는 뜻 아닌가. 이기기 힘든 곳에서 승리를 쟁취했을 때 보상이 더 크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두관이 이기든 홍준표가 이기든 승자는 단번에 대선주자급 반열로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패자는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거나 다시 먼길을 돌아가야 한다.

윤영석과 이재영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재선 고지를 통과한 윤 의원으로서는 3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당내 입지가 급상승할 것이고, 이재영 후보로서는 경제전문가 경력을 살려 국회의원으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윤 의원은 정치 신인에게 패한 결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아픔을 겪을 것이요, 이재영은 안정된 정부 산하기관을 스스로 박차고 나온 데 대한 후회부터 들 것이다.

출마 당사자들이야 자신들이 선택한 댓가를 치를 터인즉 후회없는 일전을 벌이겠지만 우리 시민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일단은 그들의 지나온 과거 언행들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정치 연륜이 오래된 후보일수록 중요한 정치적 고비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 그들을 평가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SNS시대라 맞대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입씨름을 하는 세상이다. 또 그런 언쟁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현실이다. 벌써부터 김두관과 홍준표 두 사람 사이의 공수(攻守)가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그런 말싸움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그들이 가지고 와서 풀어 놓는 정책 보따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왕에 우리 마당에서 싸움판을 벌이려면 우리 지역과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선물을 풀어야 할 것 아닌가. 양산의 현실과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현가능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리로 표를 몰아주면 된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지혜로운 자는 정치인을 제대로 심판하는 유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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