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처럼

                                  강영환

들판에 꽂아 놓은 깃발은
한 줄로 가서 길이 된다

그대에게 가는 길을 내기 위해
그대 눈썹에 깃발이고 싶다
하늘 닮은 색깔로 나부껴서
잠 든 들판을 일으켜 세우고
죽은 강물에 매듭을 풀어
눈썹 끝에서 출렁이게 해야지
깊고 먼 그대 살빛에 닿기 위하여
눈에 담은 깃발로 춤춰야지
지상에 젖은 몸을 보내야지

구겨진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구름은 맨살을 펄럭이며 강물로 흐르고
검은 뼈는 나무에다 걸었다

나는 무엇으로 어디를 가고 싶은가
햇살에게 손짓하였다
누구도 시늉할 수 없는 춤사위로
들녘을 출렁이며 가는 깃발
그대 가슴에 가서
입술에 파란 심장이고 싶다
다시 일어서는 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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