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여성 최고직 오른 양산시농업기술센터 문란주 소장

양산시 산하 여성 공직자로서는 최고위직인 농업기술센터 소장(4급 상당 지도직) 자리에 오른 문란주(58) 소장은 여성 소장이라는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여성도 주어진 자리에서 충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의 시골마을에서 딸 여덟 중에 셋째로 태어난 문소장은 아홉 번째라도 아들을 보고싶어 했던 부모님을 따라 근처 다른 면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것이 그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진주여고로 진학할 수 있었던 그녀는 내친 김에 면학에 열중해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게 된다. 1980년대 중반 국민식생활 개선사업에 역점을 둔 정부 방침에 따라 전공과목 이수자 자격으로 1985년 1월 농촌진흥청에 특채되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된다.

대담 박성진 편집국장/정리 반수현 기자

▶ 첫 근무지는 어디였습니까?

남해군 농촌지도소였습니다. 6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삼천포시 농촌지도소로 옮겼는데,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죠. 남편은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1년 반 정도 주말부부로 살았습니다. 당시 농촌지도직은 국가공무원이라 다른 시도로 전보도 어렵지 않았죠. 1988년 7월 김포군 농촌지도소로 전출 가서 남편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 양산에 오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데, 또다시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경상도로 내려와 울주군 삼남면에 있는 삼성전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또다시 딴 살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죠. 다행히도 1993년 8월 당시 양산군 농촌지도소에 결원이 생겨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7년이 지났습니다.

▶ 양산 최초의 여성 농업기술센터 소장이 되었는데, 소감은?

남편 덕에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양산은 제게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서른이 갓 넘은 나이에 발령을 받아 오로지 생활개선사업에 전념해 온 저로서는 양산시의 발전이 꼭 저의 성장과 발전처럼 여겨집니다. 보람도 많았고 고생도 많이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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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란주 소장은 한때 격무에 시달리며 허리 통증을 겪었고, 최근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27년의 세월은 그녀에게 작지 않은 보람도 가져다 주었다. 경남도의 자랑스런 공무원 표창을 비롯해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공 표창 등 다수의 표창을 받고 마침내 4급 상당의 소장으로 승진임용된 것이다.

2019년농업인대학에서포장디자인교육을하는장면

▶ 양산시에는 후배 여성공직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배로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올해 초 퇴직한 최정순 의회 사무국장 언니가 사무관 승진으로 동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저를 만나 하신 말씀이 있어요. “내가 잘 해야 후배들에게도 승진의 문이 쉽게 열릴 것이다” 당시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깨닫지 못했는데, 제가 소장이 되고 나니까 이제 이해가 되더라구요. 여성 수장으로서 내가 잘 해야 다음 후배들에게 길이 만들어질 거라는 책임감이 생겼지요. 지금도 후배 여성공직자를 만나면 항상 현재 자리에서 충실히 하라는 말을 건넵니다.

다방천 제방 산책로
다방천 제방 산책로

▶ 글 쓰는 공무원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는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에 가입해 있고요, 양산의 삽량문학회 회원으로 가끔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잠시 문학열정을 접어두고 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인가요?

저는 두 가지 일을 잘 못해요. 책을 한 권 읽더라도 열중해 있을 때는 귀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답니다. 하물며 시를 쓴다고 하면 다른 일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지요. 소장이 된 후로는 여러 가지 생각하고 시행해야 할 일이 많아서 당분간 글 쓰기는 퇴직 후로 미뤄야 할 것 같아요.

▶ 벌써 퇴직할 때가 되신 겁니까?

정년퇴직까지는 2년 반이 남았지만 실제 근무는 1년 반 정도라고 보아야겠지요. 후진을 위해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저는 항상 666을 달고 삽니다. 6개월을 세 번 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이제 두 달 지났으니 664가 된 건가요.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너무 많아서 마음만 조급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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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기로 소문난 문란주 소장인지라 예상은 하고 갔지만 여전히 소탈한 자세로 거침없이 속내까지 털어놓는다. 방문하면서 가져 간 양산신문을 보면서 신문의 여러 가지 용도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준다. 신문지가 제습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장롱 안이나 신발장 안에 넣어두면 좋다고 하면서, 자신은 사무실에 오는 신문들을 다 모아서 화훼농가에 가져다 준다고 했다. 꽃이나 열매를 싸 두는 데 필요한 소중한 재료라면서.

나오기 전 문 소장이 건넨 자신의 이력에 한 문구가 특히 눈에 띄었다. 바로 지난해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받은 교육 주제다. ‘조직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힘’ 바로 그녀를 가리키는 말로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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