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계속되는 압박에 우리시로 출마지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양산이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양산을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다는 상징성으로 이번 총선에서 주목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직 도지사 대결로 굳어가는 것은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지난달 30일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김포 갑)이 양산을 출마를 공식화한 후 한국당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한때 대권 잠룡으로까지 올랐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홍준표 전 당 대표의 차출이 유력하게 검토돼 왔지만 두 후보 모두 고향 지역구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공관위와 힘겨루기를 해 왔다. 아직 공관위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홍준표의 양산을 출마와 김태호의 창원 성산 출마가 굳어지는 분위기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전 경남도지사 간의 대결로 '양산대첩'으로까지 불린다지만 사실은 선거 전략의 부산물일 따름이다. 보수 강세의 TK지역과 진보 우위의 호남지방을 제외하면 수도권과 PK지역이 양대 진영의 대표적인 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라는 것도 전통적 보수성향인 부산을 중심으로 최근 진보진영이 조금씩 의석을 확보하면서 전진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결사대를 김영춘 의원이 승계하면서 어느 정도 틈새를 파고 든 것인데, 노무현의 성지인 김해와 문재인 대통령 사저인 양산을 부산과 연결하는 트라이앵글이 바로 낙동강 전선인 셈이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파죽지세로 몰려 남하를 거듭했던 한국군이 유엔군의 지원을 받아 최후의 보루로 배수진을 친 곳이 바로 낙동강 전선인데 작금에는 정치권의 전황도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부산·경남지역이 수성하고자 하는 보수진영과 잠식하려고 하는 진보진영의 격전지가 되었음을 상징해준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를 걱정하는 민주당 지도부나, PK사수를 전략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당 공관위 모두 양산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총선이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그 역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정수에 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이 있는지 그 이유는 자명하다. 지역의 대표성과 직능의 대표성을 적절히 배분하자는 취지다. 우리가 왜 지역구에 낙하산 인사가 공천을 받을 때마다 지역 실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는가. 지역구가 한사람의 유망 정치인의 출세가도를 보장하는 돌계단인가. 

우리 지역에도 오랫동안 정치적 신념과 포부를 갖고 현실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후보들이 다수 있다. 이들은 비록 중앙정치판에서 영향력은 적을지언정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방법을 찾아나갈 의지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중앙정치판은 지역사정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지역 정치인들의 이해는 구할 생각도 않은 채 자신들의 전략적 판단으로 후보를 결정하곤 한다. 지방자치가 재개된 지 3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요원하다. 

김두관 의원은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지 벌써 보름이 되었지만 양산시민들 앞에서 정식으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뒤에는 경남도청을 찾았을 뿐, 양산을구의 미래에 대한 어떤 계획이나 포부도 들은 바가 없다. 그저 낙동강 전쟁의 승리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진의원의 험지 차출이라는 명제에 매몰돼 교통정리에 급급했다.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결심에 고무된 탓인지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전략적 배치에만 골몰하는 동안 정작 양산이라는 지역정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낙하산 공천의 폐해라는 이분법적인 비판을 하려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는 낙하산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도 내려 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후보를 보내더라도 양산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 나갈 인물인지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지, 부지불식간에 나타나 사후약방문으로 지역상황과 맞추어 가는 행태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양산은 정당의 이해득실에 따라 마음대로 써먹어도 되는 정치 운동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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