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다
정경남
한 끼 식사로 그 맛 알지 못한다
한 번 만남으로 그 사람 알지 못한다
연근를 삶는다
나처럼 깊이 박혀 흙을 읽고 있었을 뿌리
얼음을 베어 물듯 서걱거린다
물 붓고 한참 더 불 지핀다
도대체 익을 생각이 없다
잘 익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그럭저럭 완성에 다가간다는 것
행간마다 구멍 숭숭 뚫린 바람길
삶아도 익지 않는 내 안의 말이 있다
얼마나 더 낮게 엎드려야 포근포근
잘 익은 詩 하나 건질 수 있을까
닫힌 눈으로만 하늘을 보았기에
뜨거운 불로도 익히지 못하는
내 수천 평 연밭의 뿌리처럼 설겅거린다
정경남 시인
ysnews09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