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볼
이미정
앙코르와트 사원이 열반에 들었다
수평나무가 가부좌로 틀고 앉아
사원을 받치고 있는 사이
수도승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탑 주위를 돌아 나오면
어느 성곽에 무너졌을까
시공 없는 물음들로 사원이 가득하다
회랑을 지나 기둥사이로
왕을 받드는 무사들이 수시로
부조를 뚫고 녹슨 창을 겨눌 때 마다
불쑥 천장이 튀어 올랐다
별을 새길 줄 몰랐던 석수가
무명의 이름을 음각으로 새겨 넣으며
후세에 기억할 이름은 왕이 아니기를
오늘도 순교하는 새의 무리들을 쫒아
순례자의 행렬이 벽화를 따라 걸으며
크메르인의 역사를 읽고 지나간다
이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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