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결국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장고 끝 묘수'인데 결단의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여권이나 한국당 내부에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하다. 우선 그의 출사표에서 알 수 있듯 "개인 후보간의 대결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싸우는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서울 종로가 21대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매번 총선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있는 종로에서 정치적 명운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언론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나눠 갖고 있는 후보의 대결이다 보니 아무리 정치무관심자라도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의 총력대비태세 움직임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자유한국당 내부다. 맨먼저 TK(대구·경북 지역) 현역 의원들의 입장이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동안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로부터 공공연히 '50% 물갈이' 방침을 전달받고 당 지도부에 항의해 온 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도부를 찾아 황 대표부터 험지에 나서지 않으면서 본인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고 거칠게 항의해 왔는데 그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다가 역시 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 야권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험지에 출마해 떨어질 각오가 있음을 밝혀 김형오 공심위원장의 칼에 기름칠을 더 해주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이끌어낸 만큼 더 이상 거칠 게 없이 보인다. 다음 타깃은 어디일까?

PK(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의 동요는 다소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상당수의 현역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기 때문이다. 물갈이 요구 비율이 대부분 수용되었다고 볼 수 있기에 당장 현역 의원의 공천 탈락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산 갑구의 윤영석 의원의 경우 경쟁상대 없이 홀로 공천을 신청했다.

문제는 이곳의 중진들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아예 밀양으로 주소를 옮겨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함으로써 고향(창녕군) 선거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래도 압박이 멈추지 않자 당에서 공천 탈락시킨다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결코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홍 전 대표와 함께 험지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있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양산을구 차출 거론 대상이기 때문이다. 양산을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민주당의 절대수호지역이다. 이곳과 연고가 전혀 없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전략공천으로 차출된 것도 민주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리틀 노무현', '이장 출신 행정안전부 장관'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대선 경선에도 나선 바 있는 초중량급 인사다. 이에 대항해 승부를 걸어야 하는 한국당으로서는 지역출신 인사들만으로 경선을 치르기에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김두관에 필적할 중량급 인사를 차출할 거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기왕에 거론된 두 인사는 각각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지역구와 산청함양합천거창지역구에 둥지를 틀고 험지차출론에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공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장고를 거듭하던 황교안 대표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진영의 수장이 죽음을 불사하고 선봉에 나섰는데 부하장수들이 어떤 명분을 내세워 뒤로 빠질 수 있을까. 이제 명분 싸움에서 황 대표와 공관위가 큰 우위를 점한 것이다. 김형오 위원장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대항할 명분은 없다. 받아들이든지 주저앉든지 두 갈래밖에 없다. 또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두 후보의 거취를 예측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선 홍준표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중·고교 전면무상급식을 중단시켜 학부모 특히 양산지역 학부모단체들로부터 큰 저항을 받은 바 있어 양산 차출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공심위에서도 수도권 차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태호 전 지사는 김두관 전 장관보다 세 살 아래인 50대로, 30대 도의원에 도지사를 역임하고 국무총리 내정자 신분으로까지 올라 한때 떠오르는 잠룡으로 인정받았던 정치이력을 감안할 때 양산을구에서의 한판승부가 접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공심위가 판단할 수도 있다. 다만 이미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당 예비후보들과의 교감이 선제조건이 되어야 함은 틀림이 없다.

우리시의 총선구도에 커다란 회오리바람이 불어올지 이번 주가 시작되면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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