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과 인생

                                     강병일

허허로운 여정의 길을 나선다
가야할 그곳이라면 꼭 나서야 한다
갈라진 미로에 갇혀도
꼭짓점에 서서 또다른 길을 기웃댄다

또닥또닥
한 수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하얀 돌과 까만 돌
한 수에 고뇌하고
아슬아슬 사각에서 곡예사가 된다
서너 마지기 논 밭두렁에
흰콩 검정콩 심어 놓고
도랑 틈새에 통발 끼워 빈틈없이
촘촘히 채워 보지만
천수갑 물 샐까 노심초사
고독한 대립의 논리는 냉정하고
경쟁의 눈초리는 빛난다

삶과 죽음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혼불이 번쩍인다
흐르는 것은 모래들의 합창
얼기설기 징검다리 만들어 놓고
저 편에 그 무엇을 찾으려
또다른 길을 내어 건너가는
한동안 애태우더니
또 지붕 없는 집만 지었다

다시 어두운 꿈에도 끝없는 길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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