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첫 통합학교인 금오초·중통합학교가 오는 3월 정식 개교한다. 학교 건물도 얼추 완성되었고, 예비소집일도 마쳤다. 고생해서 만든 학교인 만큼 학부모들의 기대가 크지만, 현실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동면 석·금산 지역은 신도시 조성으로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초등학교는 부족하고 중학교는 아예 없는 교육 불모지였다. 수년 전부터 학교 설립을 당국에 요청했지만 2014년 이후 4차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가로막혔고, 그 동안 아이들은 콩나물 시루처럼 과밀학급 속에서 공부를 해야 했다. 학교총량제로 인해 학교 신설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석산중학교 예정부지에 가칭 석산2초·중 통합학교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탄력을 받으면서 2017년 마침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돼 학교명도 금오초·중통합학교로 정식으로 바뀌면서 이제 개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렵게 탄생한 학교인 만큼 학부모들은 바람대로 과밀학급에서 나와 깨끗한 신축건물에서 여유있는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반색이다. 

그런데 최근 금오초에서 예비소집일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기대보다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군 배정을 통해 들어오는 1학년 신입생은 예정대로지만, 전학생으로 채워야 할 2학년부터 6학년은 한 학급도 겨우 채울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당초 금오초는 학년별 4학급씩 24학급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이렇게 학생수가 부족해서는 운영이 제대로 될지부터 의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이 있다는 것 자체에 불안을 느끼는 학부모도 있다. 성장기에는 한 살만 달라도 아이나 어른에게나 그 차이가 매우 크게 다가온다. 하물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면 그 차이는 현격하다. 그래서 혹시나 우리 아이가 나쁜 중학생들한테 해꼬지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물론 학교 측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건물이 사실상 분리되어 있고, 출입문도 달라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안심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맘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초중통합학교 자체가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낯설다는 점이 쉽게 수긍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직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들 입장에서도 기껏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전학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나쁜 짓을 할 아이라면 설령 통합학교건 분리학교건 어디서든 그럴 것이란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다는 얘기다. 어떻든 당장 결론이 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당국이 이러한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어렵게 만든 학교가 기대대로 신뢰받는 학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