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주민센터 서예반 소담(小淡) 안광자 여사
대한민국창작비엔날레 서예부문 최우수작가상

지난 연말 권위있는 서예 공모전인 (사)한국서화협회 주최 제8회 대한민국창작비엔날레 서예부문에서 최우수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담 안광자 여사(79세, 북정동)는 붓을 들고 흰 종이에 선현들의 귀한 가르침을 써 내려가면 자신의 마음도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남편을 3년 전에 여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 것도 서예였다고. 수십년 동안 원도심에서 양산계량사를 운영하던 남편은 젊어서 계량사 한 켠을 지키며 사무실 일을 거들었던 아내가 환갑이 지나 인생을 돌아볼 나이에 서예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며 서실까지 차를 태워주곤 했단다. 이제는 아버지 일을 물려받은 큰아들이 대신 데려다 준다고.

어릴 때부터 글씨를 예쁘게 쓴다는 칭찬을 받기는 했지만, 늘그막에 본격적인 서예를 공부하게 된 데는 운명이 작용했다. 2005년 봄 컴퓨터 공부를 해볼까 하고 삼성동주민센터 문화교실을 찾았는데 마침 야운 신경찬 선생이 바로 옆 방에서 서예교실을 열고 계셨던 것. 야운 선생님도 불과 한 달 전에 수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무엇에라도 이끌린 듯 소담 여사는 바로 야운서학회 문하생으로 등록했다.

그로부터 15년, 이제는 수많은 서예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물론 한국서화협회의 추천작가, 초대작가로 중견작가가 된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자신이 초대작가로 있는 한국서화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창작비엔날레 서예부문 공모에 참가하려는 생각은 자신의 서예인생을 총정리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한참 모자라는 저를 받아들여서 이때까지 가르치고 지도해 주신 야운 선생님 덕분에 서예에 눈을 떴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계속하시는 동안은 끝까지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서예교실이라 나머지 날에는 다른 곳으로 무언가 배우러 다닌다는 소담 선생은 이 시대의 평생교육의 존재를 누구보다도 잘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보인다. “화요일은 집안일을 하구요,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양주동주민센터와 노인회관에서 고운 글씨를 배웁니다. 금요일에는 문화원에 가서 문인화 공부를 하지요.” 남들처럼 경로당에서 화투나 만지고 있는 것은 싫다며, 무엇이라도 배우는 것이 좋다고 했다.

15년째 지도하고 있는 야운 신경찬 선생은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흐른 줄도 몰랐다”며, “원래 필력이 있기도 했지만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중견작가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학회 회원들과 화합에도 앞장서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광자 여사는 올해부터 서예교실 회장을 맡고 있다.

안광자 여사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환갑을 갖 넘어 만난 야운 선생님을 비롯한 서예교실 회원들과 좀더 오래 공부를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은 바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다짐한다. 최근에 두 다리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 터라 아들이 서실에 데려다 주지만 혼자서도 다닐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을 할 생각이라시는 안광자 여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 

호풍수엽락 고목임운류(好風隨葉落 高木任雲流)
좋은 바람은 낙엽을 따라 불고, 높은 수림은 흐르는 구름에 맡겨 솟아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글을 써 최우수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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