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란 코끼리 다루기’ 연재를 앞두고
정치학 박사 조광수 교수와의 인터뷰

 

중국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공동 주연이다. 인류문명의 발상에서부터 수천년을 세계의 중심이라 자평하며 살아온 중국은 19세기와 20세기를 넘어오는 과정에서 얕보았던 서구열강에게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절치부심 국력을 키워온 결과 이제는 초강대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반열에 우뚝 섰다. 우리와는 군사와 외교, 경제와 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는 이웃이지만, 언제 완력을 구사할지 모르는 종잡을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무역과 시장상황의 변화에 민감한 경제계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라는 건 중국과 연계해 본 사람이면 모두 실감한다. 양산신문은 2020년 신년 기획특집으로 <중국이란 코끼리 다루기>를 연재한다. 국립대만대학에서 중국 정치를 전공하고 영산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중국통 조광수 정치학 박사의 저서를 본인이 다시 정리 보완하여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라면서, 현재 시점에서 왜 중국이 화두인지 인터뷰를 했다.

박성진 편집국장(이후 경칭 생략) : 지금 왜 중국인가요?
조광수 교수(이후 경칭 생략) : 먼저 질문 하나 드립니다. 전 세계에서 중국 연구를 가장 많이 가장 열심히 하는 나라가 어딜까요?
 : 미국 아닙니까?
 : 맞습니다. 미국은 관방과 학계 그리고 다양한 기관에서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년 워싱턴과 베이징을 왕래하며 전략경제장관회담을 합니다. 다양한 글로벌 현안을 두고 정책 결정자들이 대화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을 보유한 대학의 활동도 활발합니다. 거기에 더해 옌칭 라이브러리를 비롯해서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들이 즐비하지요. 미국 지성의 힘은 2000곳이나 되는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하는데, 질적으로나 수적으로나 단연 글로벌 넘버원입니다.
 : 그러면 우리 한국은 어떻습니까.
 : 두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지요. 하나는 시각 문제이고, 또 하나는 실력 문제입니다. 우선, 인적 물적 교류로만 보면 한국이 미국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역사적 연원도 있고, 거리도 가깝지요. 그런 여건만 따지면 한국의 중국 연구도 상당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중국이란 실체가 복잡하고 다층적인데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전대미문의 실험을 40년 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만으로도 파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데, 우리에겐 또 다른 차원의 편차가 있습니다. 한국을 분열시키고 있는 이념과 진영 논리가 중국을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요.
미국이 우리의 국익에 손실 가는 정책을 펴거나 일본이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면 당당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반미 시위 반일 데모도 해야지요. 같은 이치로 중국이 우리의 국익과 자존심을 위협한다면 미국 일본 대하는 것과 똑같이 해야 합니다. 우리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나요? 상식에 맞게 기개 있게 대처하고 있나요? 정부가 미국과 일본을 대하는 태도와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현저히 다르지 않습니까. 정부만 절절매는 게 아닙니다. 미국 대사관저를 침입하고, 일본 상품 불매를 선도하는 시민 학생 단체도 중국 앞에서 조용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 왜 반미와 반일은 하면서 반중은 못하는 겁니까.
 : 진영 논리에다, 막연하게 사회주의에 우호적인 허위의식 같은 게 작용하는 것이겠지요. 1960년대에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듯, 1990년대 ‘386세대’에게 차이나 드림이 있었던 것도 한 원인일 겁니다. 저는 그 보다 더 심각한 이유가 전략적이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두 번째 문제인 실력 이야기입니다.
다시 국장님께 질문 하나 드립니다. 우리 당대에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 어렵다고 봅니다.
 :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이유 두 가지만 말씀해 보시지요.
 : 먼저 군사와 기술력 차이가 큰 것 같고, 경제력에서나 지도력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
 : 공감합니다. 글로벌 리더십,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글로벌 민심을 잃어간다고 해서 그 자리를 지금 중국이 채워주고 있나요?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시장경제란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를 중국이 내놓고 있습니까. 미국이 맛이 갔다고 중국이 바로 글로벌 롤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는 겁니까. 그리고 경제력 면에서도 위안화가 달러화만큼 영향력이 커질까요. 군사력 면에서도 미국 해군이 유지하고 있는 항해의 안전을 중국이 대신해 줄까요. 미국 시민이 누리는 자유와 인권을 중국 인민들도 곧 누리게 될까요. 이 중 어느 하나도 녹록한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게 실사구시이며 가치에 맞는 선택입니까.
한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선택이 가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과 투자를 중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했을 때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미 아닙니다.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의 GDP를 추월하고, 명실상부 G2로 굴기했습니다.
중국이 기껏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 갖고 한국을 압박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보다 더 살벌하고 정밀한 무기가 얼마나 많은데 겨우 사드 한 포대를 두고 몇 년을 괴롭히겠습니까. 이유는 분명하지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 잘 서라는 협박 아니겠습니까.
 : 그렇다면 답 또한 분명한 것 아닙니까.
 :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중간한 중간 지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편싸움을 하려면 1등과 편먹는 게 유리하지요. 만약 곧 2등이 1등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면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2등 편에 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1등과 2등의 위상이 변할 확률도 낮고 2등이 지배하는 세상이 1등의 세상보다 나을 게 없다고 한다면 굳이 2등과 한편이 될 이유가 있나요?
전략(strategy)이란 두 가지를 제대로 하는 입니다. 첫째,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그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겁니다.
한국이 친중 하느냐 친미 하느냐 하는 식의 논쟁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묻는 것 보다 더 유치한 일입니다. 한국은 당연히 친중도 하고 친미도 해야지요. 물론 친일 친북도 해야 합니다. 사해가 동포인데 호혜만 한다면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야지요. 다만 지중(知中) 지미(知美) 지일(知日) 지북(知北)이 우선이고, 반듯함과 기개가 있어야 합니다.
 :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하셨지만 결국 요점은, 우리 한국은 미국 보다 더 절실하게 중국을 연구해야하고 더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저는 ‘중국이란 코끼리 다루기’ 연재를 통해 우리가 중국을 보는 시각 하나만큼은 제대로 가졌으면 싶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모든 지역연구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 보기’입니다. 그 다음은 ‘따듯한 시각으로 보기’입니다. 따듯한 시선으로 봐야 무엇 하나라도 배우게 되거든요. 그 다음이 크리틱입니다. 즉 ‘비판적으로 보기’지요. 중국 정부가 홍콩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지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맥락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시각’을 갖는 겁니다.

■ 조광수는
국립대만대학에서 공부했다. <유가의 군구역할론>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한국 시민윤리학회 회장, 부산 중국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논어>, <중국의 아나키즘>, <유가의 군주론>, <정치학으로의 산책>(공저), <중국 정치 산책>(공저) 등과 이른바 논어 3부작 <근혜철수뎐>, <나는 서른에 비로소 홀로 섰다>, <나는 이제 지천명이다>가 있다.
부산 경실련 집행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평화반핵군축시민연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KNN의 TV와 라디오에서 ‘러시아워 조광숩니다’, ‘TV경제 머니머니’ 등을 진행했고 ‘핫 이슈 광수 생각’이란 방송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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