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는 도전하기를 겁내지 않는 신여성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세련되고 좀 더 진보적인 거 같아서…. 그런데 당장 취업할 때부터 그런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닌 것을 알았다. 사실은 늘 있던 곳에 있고 싶어 하고 안주하고 싶어 하는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 그런 내 모습 또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할 때도 나는 굳이 양산에 살기를 고집했었다. 내가 계속 지내던 곳에서 내 아이도 키우고 싶었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처음에 남편은 반대했지만…. 결국에 나에게 져주었다. 처음으로 독립해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곳 역시 양산이 되었다.

새로운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천천히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해 나갔다. 신혼생활을 양산에서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부산을 고집하던 남편도 양산에서 살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선택에 만족해 했다.

항상 주야로 일하던 우리 부부의 소소한 재미는 퇴근 후 하는 산책이었다. 산책을 할 때마다 양산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디를 가도 반듯하고 깨끗한 거리는 항상 우리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는데,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길이었다. 가로수 길로 이어져 있는 그 공간이 너무 좋았다. 여름에 그 오솔길을 걸으면서 온몸으로 느꼈던 청량한 풍경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힐링 공간이었다. 아이를 가지고 출산하기 직전까지도 그 길들을 걸으면서 기분 좋게 태교도 했었다.

출산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우리 엄마가 하셨던 것처럼 나는 아직 살림도 일도 척척 해 내지는 못한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참 어렵다. 특히 나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그것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참 스트레스다. 남편은 그런 부분들을 나에게 잘 해야 한다고 강요하진 않는다. 초보 엄마인 나에게 다행스럽게도 양산은 배달시스템도 편의시설도 참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거리에 나설 때 수많은 배달 오토바이에 위협을 받을 때에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느끼며 하루하루 열심히 내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특별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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