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부산 용호부두에서 출항한 러시아 화물선이 요트 2대와 바지선 등과 충돌하고 도주하다가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사건현장에 출동한 부산일보 기자가 가장 먼저 동영상을 첨부해 1보를 전송해 소위 '단독 특종' 기사를 만들었다.

잠시 후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네이버 뉴스 검색 상단에는 원기사가 아닌 뒤따라 쓴 서울의 제휴매체 기사로 속속 채워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지역신문은 네이버 포털로부터 외면받고 있었다. 콘텐츠 제휴가 아니라는 이유로 뉴스 편집 첫 화면에서 소외돼 왔던 것이다.

부산에서 '포털의 지역언론 죽이기 중단 운동'을 지휘하고 있는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지역 신문은 현장에서 아무리 빠르게 기사를 써도, 서울에서 2보, 3보로 짜집기해 쓰는 기사들에게 밀려나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겹게 버티다 결국 밖으로 밀려나는 기분"이라 표현했다.

네이버는 전 국민의 70%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대표 포털사이트다. 지역신문은 네이버에 컨텐츠 제휴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역민들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서, 지역언론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포털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유통 비중이 월등히 높은 시장 특성을 감안할때, 네이버의 지역매체 배제는 지역신문 위죽을 가져온다. 이는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서울의 여론만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주창하고 주요 국가기관과 공기업 본사 소재지를 지방으로 옮기면서 혁신도시로 지정 과감한 투자를 하는 등 지방의 동등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을 보노라면 말로만 지방자치를 외치지만 지역 언론의 발전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지역언론과의 상생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절대 힘을 가진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니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린 영화 속 한 장면. 네이버와 지역언론의 대립 구조를 보면서 그 장면이 문득 생각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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