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소 田에 모인 문화 전도사들
“진솔한 경험나누기와 공부를 통해 지역사회 기여”

오래된 저수지를 끼고 호젓한 산길을 오르다 동네 어귀에서 골목으로 들어선다. 마치 어린이집 부속 건물인 양 예쁜 단층집 하나, 철문은 두 가지 원색으로 칠해져 있다. 뒤켠으로 겨울이라 흙 밑에 숨은 식물의 싹들이 느껴지는 대지. 철들어 다시 찾은 고향에서 문화사업이라고 불철주야 맨몸으로 비비고 있는 전이섭의 아지트, 문화연구소 田이다.

이날은 전이섭 소장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습득하고 양성하고 전파하기 위해 만든 문화연구소 田의 개소 11주년이 되는 때로 그답게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지역과 문화를 공부하고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시인이 둘, 서양화가, 문화관광해설사,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교육자, 원동 배내골에서 공동체활동을 하고 계신 기획자, 지역아동센터 운영자, 시의회 의원, 평생교육을 전공하는 합창단 단장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주인이 직접 만든 상 위에는 과일과 주전부리들이 가득하고 오래된 주전자에서 따뜻한 차가 김을 올리고 있다. 자리한 사람들 가슴 만큼이나 풍성하고 따뜻한 한마당 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인 전이섭은 “양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중도에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참석자들도 제각기 속에 품었던 생각을 꺼내 놓는다. 외형적으로는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음에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양산지역사회 구조를 안타까워 하고, 하드웨어격인 인프라에만 신경을 쓰고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문화환경을 지적하기도 한다. 미래의 자산은 아이들인데 어른이 변해야 아이들도 변한다고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게 인간이라고 끝내는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서 자신부터 이 고장의 역사와 문화예술의 뿌리를 알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주인이 그랬듯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보람있고 큰 일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전이섭은 “뜻이 맞는 사람들의 진솔한 경험 나누기와 내 고장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문화적 소임을 다하는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면서 모임을 마무리했다. 새해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뜻을 모았지만 돌아가는 발길은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아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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