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양산시지회(이하 양산예총)에 대한 시의 보조금 지급중단 사태가 해를 넘기게 됐다. 양산시는 지난 6월 양산예총이 내부 갈등으로 보조금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운영비와 보조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사무실 운영비 3천2백만원과 보조사업 지원 9천5백만원 등 모두 1억2천7백만원이 당초예산에 계상돼 있지만 5월분까지의 운영비로 1천5백만원을 지급한 이후 교부 중단함으로써 1억1천2백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양산예총 사태는 지난 2월의 지회장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현미 당시 미술협회장과 손성원 직전 지회장 간의 선거가 치러져 21명의 대의원 투표 결과 최현미 후보의 당선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손성원 후보 측의 이의 제기로 상당 기간 진통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문인협회와 음악협회, 연예예술인협회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탈퇴를 선언하고 국악협회는 내부의 자격 시비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한때 양산예총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현미 회장 측에서는 회장 자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예총에 인준을 요청했으며 한국예총은 “후보와 대의원의 자격 이견을 비롯 선거사무 관리에 있어 미흡함이 있었으나 양산지회 이사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의결‧시행하였고, 양 후보가 서명 날인한 서약서, 협약서에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당선자에게 협력할 것과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예총의 조치에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자필 서약하였다”고 적시하며, “당선자 최현미를 제8대 양산예총 지회장으로 확정한다”는 공문을 4월 5일부로 하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산시가 양산예총의 파행을 이유로 보조금 집행을 중단한 것은 잘못된 처사다. 설령 집행 중단을 결정할 당시 양산예총 본연의 활동이 제약을 받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내렸다고 해도 적절한 시기에 회복시켜 주었어야 한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사료됨’을 이유로 예산 지원을 중단한다면서 인건비와 공공요금, 시청사 사용료가 포함된 운영비까지 교부하지 않는 것은 직권 남용에 가깝다. 문화원이나 체육회 등 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내부 갈등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예산 지원을 중도에 끊은 사례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양산시는 양산예총의 감독기관이 아니며 상급기관은 더더욱 아니다. 한국예총에서도 7월경 시에 공문을 보내 양산예총의 지회장 선거결과를 인정하며 다수의 회원협회들의 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동안 양산시는 지역의 문화예술 창달을 위해 시 예산으로 양산예총의 운영과 사업을 지원해 온 것이지 자의적으로 후원해온 것이 아닌 만큼 보조금 집행을 중단한 상태에서 해를 넘겨 예산을 불용액으로 만든다면 지나친 갑질에 다름 아니다.

양산시의회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갈등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질타하면서 보조금 교부 취소 사유에 부합하는지 따져 물었다. 주지도 않을 예산이면 결산추경에 반영해 삭감하는 것이 정상이다. 뻔히 교부하지 않을 것이면서도 연말이 다 되어서야 8개 지부가 참여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면 집행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도 사안의 책임을 전적으로 양산예총에 전가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시는 보조금을 주는 단체가 내부적인 문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하고 갈등을 해소시키려는 자세를 보여야지 감정적인 대응으로 민간단체 길들이기에 나서면 안된다.

올해 양산예총은 시의 보조금 교부 중단으로 매년 개최하던 예술제 행사도 자체 비용으로 축소해 열고, 책자도 경남도 문예진흥기금만으로 제작하는 등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 특히 운영비 지급 중단으로 유급 직원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체불 사태’를 지속하고 있다. 시 청사에 더부살이 하고 있는 신세라 임대료 지불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명예롭지 못한 수식어를 떼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나 인프라의 확충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문화예술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의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산시는 연내에 양산예총에 대한 보조금 교부 중단 처분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확실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대로 해를 넘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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