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프 The Wife, 2017>

위대한 남성 뒤에는 항상 위대한 여성이 있습니다. 조안 캐슬먼은 매우 지적이고 여전히 미모를 지닌, 그러나 완벽하게 자신을 헌신하는 아내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재능과 꿈과 포부를 오직 독불장군인 남편과 그의 치솟는 작가 경력을 위해 모두 바쳐왔습니다. 그의 이름으로 내는 작품의 축복과 유머를 위안으로 그의 부정과 변명을 무시하면서. 그들의 운명적인 약정은 불완전한 타협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가도록 했지요. 하지만 크나큰 영예인 조의 노벨문학상 수상 만찬에서 조안이 날리는 결정타가 그녀 인생에서의 크나큰 희생과 조의 경력에 대한 비밀을 드러내고 맙니다.
이 영화는 노골적인 페미니스트 영화가 아니지만 글렌 클로스로 하여금 그렇게 보이게 합니다. 이 영화는 단연코 글렌 클로스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몇몇 뛰어난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영화 비평가들은 대부분 현존하는 위대한 여배우로 메릴 스트립을 꼽지만 그에 필적할 상대로 글렌 클로스를 언급합니다. 메릴 스트립이 양지에서 찬연히 빛나는 별이라면 글렌 클로스는 달빛 아래 어슴프레 실루엣을 드러내는 신화의 여인 같습니다.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 시상식 때마다 이름이 불려지면서 “연기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지요. 빈틈없이 계산된 캐릭터 분석과 그에 몰입하는 타고난 몸놀림과 적절한 대사는 그녀의 명성을 굳건하게 만듭니다. 다만, 스트립에게 찾아볼 수 없는 배우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글렌 클로스에게는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팜므 파탈’로 표현되는 치명적인 성적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으로 하여금 뿌리칠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유혹과 배신, 증오, 질투 이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배우가 바로 글렌 클로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클로스는 단순한 여배우 이상입니다. 그가 보여주는 포스는 상대 남성을 유혹할 때나, 짐짓 조종할 때, 대통령 대리로서 각료들을 지휘할 때, 노련한 변호사로 사건을 휘어잡을 때마다 크게 다가옵니다. 글렌 클로스가 이 영화로 세 번째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뒤 소감 연설에서 “아빠를 위해 평생 자신을 헌신한 엄마가 여든 살이 되어서야 ‘난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거 같구나’ 라고 말했어요. 그건 옳지 못해요. 이런 경험들로 배운 건 우리 여성들이 ‘양육자’로서의 역할만 요구당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성취를 위해서 노력해야 해요. 우리의 꿈을 좇아야 합니다. 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I can do that, and I should be allowed to do that)라고 말해야 합니다" 라고 할 때 동료 여배우들은 물론 참석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2세 배우 캐스팅이 화제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조안 캐슬먼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애니 스타크는 실제로 글렌 클로스의 딸입니다. 또 영화에서 조안의 아들 데이빗 역으로 나온 배우 맥스 아이언스는 <미션>으로 유명한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의 아들인데, 제레미는 <행운의 반전, 1990>에서 글렌 클로스와 부부로 나왔지요.
한편,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소설이었는데 제작진은 이야기를 더 극적이고 반짝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몇 가지 컨셉을 바꾸었답니다. 그 결과 원작에서는 남편 조셉 캐슬먼이 받는 상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수여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으로 나왔지만 영화 속에서는 노벨문학상으로 바뀌어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였지요. 또한, 조안과 조셉 부부 사이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아들 데이빗을 작가로 설정하여 캐릭터들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에 세밀한 정성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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