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외신뉴스로 의미있는 기사가 전해졌다. 북유럽의 강소국 핀란드에 새 내각 인사가 있었는데 19명의 장관 중 무려 12명이 여성으로 임명되었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진작부터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 정부를 이끌고 있는 산나 마린 총리도 34세의 여성으로 세계 최연소 총리로 주목받고 있다. 1906년 유럽 최초로 여성에 참정권을 부여한 이래 2003년 첫 여성 총리가 등장했는데 마린 총리는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라고 한다. 핀란드에서 양성평등법이 제정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도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여성들의 인권보호와 차별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왔다. 양산시는 2012년 양성평등기본조례를 제정해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장은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발굴,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의 책무에는 또, '소속 공무원의 보직관리·승진·포상·교육훈련 등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양산시는 연말을 맞아 상당한 인사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장기근속 공무원의 공로연수와 용퇴 등으로 4개의 지방서기관(4급) 자리가 빌 예정이다. 지난 달 정진성 경제재정국장이 퇴직해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내년 초에는 이득수 행정국장과 김경술 환경녹지국장이 공로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최정순 의회 사무국장도 1월 초 퇴직할 것으로 알려져 모두 4명의 고위직이 공석이 되는 것이다. 직제규칙상 항노화사업국이 폐지되어 4급 자리 하나가 줄어들지만 경남도 지분으로 와있는 국장이 연말 경남도로 원대복귀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전체 국장 결원 수는 4개로 유지될 전망이다.

관건은 최정순 국장의 퇴진 이후 여성 국장이 다시 임명될 것인가 하는 기대다. 양산은 1996년 시 승격 이후 인구 증가에 편승하여 공무원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도내 다른 시·군의 공무원들이 부러워할 만큼 인사적체가 잘 해소되고 있다. '공직사회의 꽃'으로도 불리는 사무관(5급) 이상의 자리 수만 무려 78개다. 하지만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양산시 양성평등조례에 '시장은 정책결정을 위하여 각종 위원회 등을 설치·운영하는 경우에는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지만 막상 시청 공무원 조직의 성비(性比)는 여전히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여성이 4급 서기관 자리에 오른 것은 과거의 박옥자, 김진숙 국장과 퇴직을 앞두고 있는 최정순 국장 등 세 명 뿐이다.

여성이 고위 간부인 국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무관 승진 때부터 차별을 받지 않고 올라야 한다. 그래야 조기에 승진후보자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위직 승진 자리가 1~2개일 때는 후보자 명부 범위가 축소되므로 어렵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사는 여성 공직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아무리 양산시가 승진인사의 기회가 많은 기관이긴 하지만 4개의 서기관 공석이 발생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핀란드에서는 이미 1995년에 양성평등법을 개정해서 정부조직에서 남녀의 성별이 어느 한쪽이 40% 이상을 차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국회의원 정수가 200명인데 여성이 93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내각책임제 하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5개 정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이다 이만하면 양성평등을 넘어서 남성들의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튀어나올 정도다.

한 신문 보도에 의하면, 국제투명성기구가 "공공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부패 수준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고 한다. 최근 우리 공직사회도 여성들의 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여성 간부 공무원들의 확대가 가시권에 들고 있다. 이런 여건을 잘 활용하여 여성들의 정책 참여 기회를 늘려나감으로써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관 청렴도 제고에 기여한다면 일석이조의 양성평등정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양산시의 과감한 인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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